다시 중국을 가다.

by 초록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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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었을 때, 유학생이었을 때

나는 더 많은 중국을 알고 싶었다.


천진에서는 책을 구하기가 어려워

책을 사러 북경 나들이를 하곤 했다.

그렇게 서안의 병마용도 가보았고,

진시황이 잠들어 있다는 능에도 올라가 보았다.

드넓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던 내몽고에도 다녀왔다.


회색빛 하늘이 일상이던 천진에서 살며

한국의 파란 가을 하늘이 그리워

비행기로 세 시간을 더 날아

쿤밍까지 갔던 적도 있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살던 중국이

모두 같은 중국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쿤밍의 맑은 하늘과,

대만이 가깝게 느껴지는 남쪽의 서쌍판납(시쑤앙반나)을 보며

‘언젠가 꼭 다시 와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했지만

그렇게 어느새 25년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90년대 후반, 그 시절의 나는

어떻게든 여행을 가보려고 애쓰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공부를 마치고

중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살게 된 이후로

중국 안에서의 여행은 점점 멀어져 갔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은

강의 준비와 다음 학기를 위한 시간으로 채워졌고,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나는 늘 한국으로 향했다.


그리운 한국에 다녀오고 나면

다시 1년의 중국 생활을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에게 한국은 고향이었고,

중국 생활에 지친 나를 안아주며

충전케 해주는, 숨을 고르게 해주는 곳이었다.


노동절과 국경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수억 명이 동시에 이동하는 그 시기에는

중국 여행을 생각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한 번은 학생들과 함께 노동절에 황산에 올랐다가

산 위에서 사람에 떠밀려

가만히 서 있어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던 경험을 한 뒤로

그 두 시기의 여행은 아예 포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나는 중국에서의 긴 직장 생활을 마치고 퇴직을 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뜻밖에도

나는 다시 중국 여행을 시작하고 있다.


이번 대련 여행도 그런 흐름 속에 있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중국에서 오래 살았던 나에게도

‘이렇게 가까웠나’ 싶을 만큼의 거리였다.


30년 넘게 살았던 천진보다도

오히려 한국과 더 가까운 도시, 대련.


젊은 시절에는 미처 몰랐던 도시를

이제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바라보고, 걷고, 느낀다.

어떤 곳은 처음 가보는 장소이고,

어떤 곳은 예전에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풍경이다.

그 위에 지금의 내가 겹쳐진다.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가난했고, 때로는 외로웠으며,

어떤 날들은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아야 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 다시 그 시간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들조차도

어느새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숨 쉬는 것마저 힘들었던 날들,

살아내야만 했던 그 시간들조차도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그 시절, 그 시간 속에

나의 젊음이라는 녀석이 놓여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아픈 젊음이라는 녀석이,

지금의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