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대서양 횡단기] 뉴욕 PART.2

뉴욕의 명소를 샅샅이 누비며 마음에 담다

by 윤스로드

Day 3. 뉴욕, 예술과 환상의 하루

여행 셋째 날. 넉넉히 재운 덕분일까, 아이들의 컨디션이 조금은 나아졌다. 하지만 나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뉴욕에서의 일정은 빠듯하고, 내가 가장 고대했던 하루가 바로 오늘이니까. 저녁엔 한국에서 미리 예매해둔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도 본다. 피곤하면 집중이 어렵다 보니, 오전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다녀오고 오후엔 숙소에서 휴식 후 저녁 공연을 관람하는 일정으로 계획했다.



사실 이번 여행을 기획하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꼭 가보고 싶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서양 크루즈 일정에 일부러 뉴욕 경유편으로 항공권을 발권했을 정도였다.

그런데—큰아이의 예기치 못한 성장통(?)으로 인해 오늘도 새벽부터 소란스럽다. 센트럴파크까지 걷고 싶었지만 아이의 찡얼거림에 결국 비싼 우버를 탔다. 아침이라 가격이 더 비쌌는데, 아휴... 상전들 모시고 다니는 여행이란 정말 쉽지 않다.

드디어 입장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아이들은 시큰둥했지만, 고대 이집트 유물 전시는 그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카이로 박물관에서 3년간 대여해 온 전시는 생생했다. 나 역시 20대 초반 이집트 여행을 꿈꾸며 사막 투어와 피라미드를 검색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성서와 신화 중심의 회화에는 크게 감흥이 없었지만, 800번대 전시장에서는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많았다. 현대미술관보다 더 풍성하게 느껴졌다. 큰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보는 시간이 참 좋았다. 하지만 작은 아이는 점점 지쳐가고, 이내 비협조적 모드. 아쉬움을 꾹 누르고 서둘러 미술관을 나섰다.



미술관을 나와 센트럴파크로 향했다. 너겟과 감자튀김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람쥐와 청솔모를 닮은 통통한 녀석들을 구경했다. 각양각색의 강아지들과 산책 나온 뉴요커들도 가득했다.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뉴욕은 참 매력적인 도시다. 공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 속에서도 “이 공원이 없다면 이보다 더 큰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조성을 강행했다는 일화가 인상 깊었다. 실제로 센트럴파크를 기점으로 도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아이들과 수다를 떨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 뉴욕이라는 도시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5시에 일어나기로 했지만 연달아 알람을 무시하고 결국 6시 가까이 되어서야 기상. 셋 다 몸이 무겁다. 하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다—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

화려한 밤거리를 지나 극장에 도착했을 때, 같은 설렘을 품은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에게는 첫 뮤지컬 관람이다. 영어라 조금 걱정됐지만 기대도 컸다.

사실 처음엔 2층 좌석을 예매했다가 카드 할인받겠다고 재결제하다가 3층 좌석으로 바뀐 바람에 자리가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다. 뮤지컬이 시작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우리의 둘째는 그대로 기절. 고개를 뒤로 젖히고 뒷자리 외쿡 언니오빠들 앞에서 화석처럼 잠들었다. 민망함은 내 몫.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아이와 나는 지니의 텐션, 환상적인 무대 전환과 춤, 그리고 정말로 날아다니는 양탄자에 푹 빠져 끝까지 잘 감상했다. 영어를 다 알아듣진 못해도 감동은 충분했다.



공연 후 숙소로 돌아오니, 그제야 팔팔해진 둘째. 아휴… 이 둘째놈아.... 늦은 저녁을 먹고 다시 꿀잠 모드. 내일은 이 아이가 가장 고대하던,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간다.

푹 쉬고,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하자.





Day 4. 뉴욕, 이별을 준비하는 하루

내일 아침, 우리는 마이애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라과디아 공항으로 떠난다. 고로 오늘이 뉴욕에서의 마지막 일정이다. 아직 못한 것도 많고, 못 본 것도 많아 아쉬움이 크다. 도시가 점점 익숙해질 무렵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아련하다.


우리가 묵었던 Hampton Inn. 이름도 익숙한 이 호텔 체인은 뉴욕 곳곳에 퍼져 있었다. 처음엔 구글 지도에 숙소를 즐겨찾기 해두었지만, 거리마다 헴튼 인이 있다 보니 돌아오는 길마다 다른 곳에 도착해버렸다. 첫날도, 둘째 날도 그랬다. 덕분에 아이들과 티격태격하며 뉴욕의 길을 익혔다. 이제야 길이 눈에 익었는데, 갈 때가 되어버렸다.



오늘은 둘째가 오래도록 고대해온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는 날이다. 다양한 투어가 있었지만, 가성비 여행을 추구하는 우리는 무료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를 선택했다. 지하철을 타고 페리 터미널로 이동하는 길, 걱정과 달리 미국 지하철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젊은 청년이 아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가끔 흑인 아저씨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입장했고, 몇몇 승객이 그 리듬에 몸을 맡기는 모습은 다소 생소하면서도 흥겨웠다.

3층 오른쪽 데크로 나가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었다. 자유의 여신상은 멀리서도 존재감이 뚜렷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같은 배를 타고 돌아왔다. 이 짧은 여정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터미널에서 나와 브루클린 브리지 쪽으로 향하던 중, 덤보로 넘어가는 유료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넜다. 브루클린은 내가 가장 궁금했던 지역 중 하나였다. 낙후된 공업지대였던 이곳은 지금 맨해튼보다 더 비싼 집값을 자랑하기도 했던 트렌디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포토존에 도착하니, 전 세계에서 모인 듯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 딸들은 "하나, 둘, 셋!" 외치며 폴짝 뛰는 사진을 여러 번 시도했다.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함에 나는 또 부끄러움을 삼켰다.

날씨가 흐려 인생 사진은 못 남겼지만, 브루클린의 분위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자연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배경이 된 이곳은, 꼭 가보고 싶었다기보다 안 가기엔 아쉬운 곳이었다. 매일 오후 4시 반부터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시간에 맞춰 입장하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센트럴파크 맞은편 벤치에 앉아 푸드트럭 음식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며 뉴요커들의 산책 풍경을 구경했다.

자연사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만난 브라키오사우루스 조형물은 압도적이었다.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머리까지 다 담기지 않을 정도. 4층 공룡관부터 빠르게 관람을 시작했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입장료를 냈더라면 아까울 뻔했지만, 무료 입장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마무리.



센트럴파크 인근을 지나며 숙소로 걸어오는 길, 도시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느꼈다. 공원 인근은 고급스럽고 정돈된 느낌이었고, 조금만 벗어나면 복잡하고 상업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초고층 펜트하우스가 사이사이 섞여 있었고, 그곳엔 유명 인사들이 거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본과 계급의 뚜렷한 경계선이 도시의 모습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 길을 걸으며, 작은 아이의 배낭을 한 개 샀다. 예상치 못한 짐 증가로 인해 고집부리던 책들과 색칠공부 용품을 그 가방에 담기로 했다. ‘아이 러브 뉴욕’이 크게 적힌 회색 꽃무늬 가방. 가성비는 떨어졌지만, 작은 아이는 내 손을 꼭 잡고 숙소까지 걸어갔다. 그 손의 온기와 조용한 고마움이 하루의 피로를 녹였다.



오늘은 뉴욕에서 가장 알차게 보낸 하루였다. 하지만 지하철을 두 번 이용하니 2만 보는 채 되지 않았다. 저녁엔 숙소에서 늦은 식사를 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한인 택시를 타고 라과디아 공항으로 이동한다.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 하루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 채, 이렇게 뉴욕과의 작별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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