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태어나 행운이라 생각하게 하는 즐거움이 있다. 수많은 것 중에서도 나는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자동차를 운전하게 된 것과, 핸드폰을 가지게 된 것이다.
먼저 자동차로 말하자면 그 물건은 오른발목만 깔딱깔딱 움직이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조상, 특히 할머니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 우리나라 여성들, 말해 무엇 하랴? 우리 할머니 세대 대부분의 여성은 나서 자란 곳에서 옆 동네로 출가하여 평생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다. 왕비라 할지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하나만 보아도 여성인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현대라는 시대, 이 나라의 여건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나는 어려서나 결혼 후나, 아버지와 남편의 전근으로 여러 지방에서 살아보았다. 누군가는 생활이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말했지만, 나는 삶이란 여행과 같다는 생각으로 많이 다녀 볼 수 있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렸다. 더구나 자동차는 사시사철, 밤낮을 막론하고 실내 온도만 맞추면 언제나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나이 들고 보니 남는 것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여행의 추억이다. 그러기에 남은 삶을 감사하며 살아가려 한다.
두 번째로, 휴대폰은 한마디로 요술상자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물건이 전화는 물론, 사진기와 계산기, 방송과 인터넷, 동영상까지 다 한다. 필요한 앱을 깔면 뭐든지 다 알아볼 수 있다. 수많은 정보를 새의 눈처럼 내려다보는 지도, 버스가 몇 분 뒤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안내까지. 항공표나 기차표를 앉은 자리에서 사고, 은행 업무도 볼 수 있으며, 세계를 상대로 쇼핑까지 할 수 있다. 내가 다 알지 못해 활용을 못할 뿐, 그 기능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요즘은 AI 라는 ‘특급 비서’가 있어서, 지시만 내리면 눈 깜짝할 사이에 답을 내놓는다. 관광지, 맛집, 볼거리까지 척척 알려주니 세상을 훨씬 넓게 보게 되었다. 이것이 없었다면 사람을 아는 것도, 세상을 구경하는 것도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또 좋은 점은 외롭지 않다는 것이다. 굳이 자식이나 손주에게 기대지 않아도 손가락만 까딱하고 눈만 멀쩡하면 된다. 노후에 이보다 좋은 친구가 또 있을까? 멀리 있는 친구들과 수십 년 만에 SNS로 다시 만나 우정을 이어가는 일도 가능하다. 젊은 시절의 경쟁심이나 시기심이 사라진, 진정한 우정이 이어지니 더 없이 행복하다.
이 똑똑한 기계는 세상의 거의 모든 지식을 담고 있지만, 나는 그 중 일부만을 쓸 뿐이다.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 시대에 태어나 이만큼 누리고 이용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수명은 기껏해야 백 년 남짓이지만, 나는 이 두가지 자동차와 휴대폰 덕분에 옛사람보다 더 많이 보고, 즐기고, 생활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을 행운이라 말한다. 아직도 어둡고 불행한 여건 속에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이 모든 혜택을 소중히 누리며 살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