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소중한 친구들

by 배니할

내 삶은 굽이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인생의 그림이 전혀 밋밋하지 않았다. 나는 늘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내 삶에서 향신료 같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일상은 무미건조했고, 나는 지루함 속에서 허덕였을지도 모른다.


나이에 따라, 환경에 따라, 사귀는 친구의 얼굴은 달라진다. 어린 시절의 친구가 있고, 학창 시절의 친구가 있으며, 결혼 후에 맺어진 인연도 있다. 신앙 안에서 만난 교우가 있고, 취미를 함께하며 가까워진 친구도 있다. 삶의 단계마다 친구는 달랐지만, 그들은 언제나 그 시기에 꼭 필요한 모습으로 내 곁에 있었다.


우정 또한 남녀 간의 사랑과 다르지 않다.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얼마나 마음을 내어주느냐에 따라 깊이가 달라진다. 우정 역시 사랑이기에 저마다의 결이 있고 무게가 있다.

만나지 못해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쌓여가는 변치 않는 우정이 있고, 학창 시절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친구가 있다. 살아가며 서로에게 끌려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망년지교도 있으며, 성격과 취미, 더 나아가 삶의 가치관이 닮아 매일의 일상을 햇볕처럼 나누는 친구도 있다. 그런 친구들과의 대화는 삶을 환하게 비춘다.


나는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특히 어려운 상황을 지나야 비로소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어떤 마음으로 사랑하는지 알게 된다. 평소에는 자신조차 알지 못하던 마음이 위기의 순간에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의 여러 모습을 보며, 절체절명의 순간에야 속마음이 드러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진정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시기나 질투가 생기지 않는다. 그가 힘들 때 내 마음도 함께 아프고, 그가 잘 되었을 때는 진심으로 기쁘다. 어려울 때 동정심을 느끼는 것은 보통 사람의 마음이지만,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내 일처럼 기뻐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참된 우정이며 사랑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 중 둘은 멀리 떨어져 산다. 한 친구는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떠났고, 또 한 친구는 학창 시절을 마치자마자 수녀님이 되어 내 곁을 떠났다. 두 친구는 늘 나보다 훌륭했고, 평생 나의 멘토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무 살 이후 서너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내 마음속에는 늘 그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이럴 때라면 이 친구는 어떻게 행동했을까’하고 그들의 지혜를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교유해 왔다. 그만큼 존경의 마음이 깊었기에 싫증나지 않았고, 나는 평생 그 우정을 지니고 올 수 있었다. 언제인가 수녀님을 만났을 때, 기도시간마다 친구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 뒤 부터는 나는 늘 그 친구의 기도가 내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한 번 사랑한 이는 영원히 내 님이라” 비록 멀리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한 번 확인한 우정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는 삶과 죽음의 경계조차 그 우정을 흔들지 못한다. 남녀의 사랑이나, 친구의 우정이나, 육친의 사랑이나 결국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내 마음속에 보물 같은 사람들이 있어, 나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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