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나이 들어서 좋아.
큰 탈 없이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금의 나는 충분히 감사할 수 있다.
이제야 깨닫는다.
나와 함께 상존(尙存)해 온 선생님의 존재를.
그분은 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늘 곁에 계셨다.
선생님은 나를 어느 한자리에 머무르게 하지 않으셨다.
때가 되면 길을 열어 보이셨고,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힘을 주셨다.
때로는 따끔한 시련으로,
때로는 고된 단련으로
내 안에 보이지 않는 근육을 길러 주셨다.
선생님은 사람이라면 응당 겪어야할 맛들을
고루 맛보게 하셨다.
기쁨과 상실, 설렘과 체념,
사계절의 온도와 색을 빠짐없이 보여주셨다.
작년의 봄과 올해의 봄,
다가올 내년의 봄은
결코 같지 않다는 것도
선생님은 조용히 가르쳐 주셨다.
세상은 멈추지 않고,
같은 것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선생님의 교육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선생님은 앞으로
나에게 어떤 구경을 시켜 주실까.
선생님과 나는
서두르지 않되 멈추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주어진 길을 걸어갈 것이다.
최선을 다해 즐기며 완주하다 보면
언젠가 결승점에 이르겠지.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끝까지 걸어온 이들에게는 모두
월계관을 씌워 준다고.
나는 그 말을 믿으며
오늘도 선생님과 나란히
한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