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리링~”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옆에 있는 나에게도 또렷이 들렸다.
"해피 버스데이 투 그랜 마!"
아홉 살 손자가 내 생일이라고 전화를 한 것이다.
남편이 놀란 듯 말했다.
"오늘이 당신 생일이야?
"음~ 어머니가 날 낳으신 날이죠.“
나는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다.
나를 낳느라 수고하신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생일이란, 산고를 치르고 새 생명에게 젖을 물리던 어머니를 떠올리는 날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들었다.
그저 케이크를 자르고 축하를 받고 선물을 기대하는 날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닌데,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어찌 내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어머니는 열 달 동안 나를 태중에서 고이 키워 온전한 몸으로 세상에 내보내 주셨다. 그래서 생일이 되면, 축하보다 먼저 어머니가 그립고 고맙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오늘 점심은 어머니께 치킨 시켜드리면 어떨까요?
생전에 이렇게 맛있는 치킨 못 잡수셨어요. 살아 계셨다면 올해로 115세가 되시네요. 그땐 통닭 튀김은 있어도, 지금처럼 다양한 양념치킨은 없었잖아요. 천국엔 이런 치킨이 없을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오후엔 드라이브도 다녀와요. 어머니는 차 타고 구경하는 것 참 좋아하셨잖아요.”
남편이 웃으며 맞장구쳤다.
"맞아. 오늘 장모님 모시고 바닷바람 시원하게 쐬 드립시다.“
장모님의 딸인 나를 태우고, 남편은 차를 몰았다.
삼척으로 가 망상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보고,
돌아오는 길엔 일부러 근덕에서 도계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를 택했다.
집으로 들어오기 전, 도계읍 치킨집에 들러 닭튀김을 사 왔다.
둘이서 모처럼 마주 앉아 맛있게 먹었다.
”자. 이만하면 장모님도 흐믓해 하시겠지?“
“그럼요, 장모님의 딸이 만족했다는데 더 말이 필요하겠어요.”
우리는 온종일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를 모시고 다닌다는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
남편은 손자가 알려주어서야 아내의 생일을 알게 된 것이 미안했는지, 평소보다 더 정성껏 운전대를 잡았다.
나는 원래 내 생일을 챙기는 일이 쑥스러워 대충 얼버무리며 지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장모님 핑계로 바다도 보고,
닭튀김도 사 먹고,
무엇보다 어머니를 마음속에 모시고 다닌 하루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생일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