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마, 유타 바우어, 키위북스
1인 사업가, 프리랜서의 삶을 시작한 이후 저의 삶은 무척이나 혼돈스러웠습니다. 전공영역도 있고 배움도 짧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무기를 들고 자본주의 시장에 적응하는 일은 꽤나 복잡했고, 스스로를 점검하며 물어가며 길을 찾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때로 나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고, 때로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확신과 이해가 되었더라도 어떠한 모양으로 그것을 보여주며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세세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일상을 잠식하기도 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면서, 세상에 나를 당당히 드러낼 무기를 잘 연마하고 보여주어야 하는지 너무나도 어렵게 여겨졌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자 이곳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정말 원하던 상황인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고, 행복은커녕 불안과 실행되지 못한 잡다한 생각만 가득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만나게 된 셀마의 이야기는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너무나도 단순하고 명쾌하게 일러 주었습니다. 그림책의 거장 유타 바우어는 자신에게 의미있고 중요한 몇 가지 일을 지금 여기서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아침에 해가 뜨면 풀을 조금 먹고, 한낮이 될 때까지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운동을 좀 하다가 다시 풀을 먹고, 저녁에는 마이어 부인과 수다를 좀 떨다가 밤이 되면 푹 자는 일상이 바로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일상이 시간이 더 주어진다 해도, 물질적 풍요에 이른다 해도 바뀌거나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유한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의 문제, 현 시대의 권력이 되어버린 돈의 문제와도 바꿀 수 없는 오늘의 담백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엔 작고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셀마의 모습이 시시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입니다. 풀 먹고, 운동하고, 수다 떠는 일상이 어떻게 행복인가 싶다가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겠지 기대하며 책을 넘기지만 책은 기대를 저버립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한참 후에야 그의 삶에 부러움과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정확하게 오늘날 저의 모습과는 정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는 셀마의 지혜와 혜안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무엇보다 셀마는 자신의 삶에 아무것이나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많던 적던, 돈이 많던 적던 포기할 수 없고 내려놓을 수 없는 그 중요한 일들로만 자신의 삶을 꽉 채웠습니다. 진정한 자기 삶의 주인인 것이지요. 흘러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해야 할 일들에 끌려 삶을 여러 가지로 채우지 않았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말했던 폴 발레리의 말처럼 되는 대로 사는 인생이 아니라 생각한 대로 사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분주하고 급한 일들로만 꽉 차 뒤죽박죽된 삶이 아니라 목표를 향한 자기의 걸음을 걷고 있기에 벅차거나 지치지 않습니다. 하루의 목표를 잘 이루었기에 만족스럽고 평온한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삶의 유한한 한계 속에 우선순위를 정해 꼭 필요한 일만을 하고 사는 지혜자였습니다.
셀마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선택한 매일의 일들은 셀마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을 돌보는 일로 아침에 일어나 신선한 풀을 먹고, 운동하는 일을 매일 반복하였습니다. 자신의 아이와 다음 세대를 위해 한낮이 될 때까지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저녁이면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이웃 마이어 부인과 가벼운 이야기들을 주고 받습니다. 밤이 되면 어김없이 푹 잤구요. 자신과, 아이와 다음세대, 그리고 이웃을 돌보는 삶을 균형있게, 변함없이 지속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첫 출발지는 자신을 잘 돌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신선한 풀을 찾아 자신에게 선사하고, 몸을 단련하는 시간을 떼어 놓고, 충분한 수면을 허락합니다. 오늘날의 우리는 대강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해결하고, 몸을 단련하는 일을 시간낭비로 여기거나 귀찮아하며, 잠을 아끼는 가혹한 방법으로 나의 욕망을 이루어가려고 스스로를 혹사시킵니다. 충족되지 못한 몸은 피로, 불면, 소화장애를 달고 살게 되고, 기본적 자기 돌봄이 되지 않아 삶의 불편함은 악순환 되고 능률은 저하됩니다. 셀마는 누구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것을 스스로 공급하고 채워가는, 스스로를 잘 돌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잘 돌보아진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셀마는 다음세대를 가르치고 이웃과 마음을 나눕니다. 엄마 양으로 자녀들과 또 그 친구들에게 힘써 가르칩니다. 힘있고 유력한 부유한 이들에게가 아니라 내 옆의 어른과 약한 이들을 돌아봅니다. 다음세대에 이 세대의 소중한 지혜와 사랑을 전달하는 동시에 이웃과 공동체 내에 어른, 나와 다른 다른 종의 친구들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사회적 유대감을 잃지 않으며 나를 돌보고 약자와 소외자들의 친구가 되어줍니다. 고립된 삶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악의 없이 들어주고 희노애락을 함께 나눔으로 나 자신의 성장과 공동체의 안녕을 유지해 나갑니다.
일에 쫒겨 나를 돌보지 못하고, 아이에 쫒겨 나를 채우지 못한 수많은 시간들이 눈 앞을 스쳐지나갑니다. 좋은 엄마가 되어 보고자, 성공적인 1인기업가가 되고 싶은 중요하고도 소중한 목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매일 밤 실패를 고백하고, 후회와 자책의 밤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을 충분히 돌보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돌볼 수 있는 이는 오직 나뿐인데 나를 돌보는 일은 때로 무가치한 일로 여겨졌고, 다른 모든 일들 뒤로 밀려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해 모든 일에 무너질 수 밖에 없었는데 말입니다. 우리의 지혜로운 셀마는 자기돌봄의 우선순위를 늘 놓치지 않았습니다. 신선한 풀을 먹은 후 아이들을 가르치고, 적당한 운동을 한 후 마이어 부인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밤이 돌아오면 늘 그랬듯이 푹 잠을 자며 하루 수고한 나를 토닥여주었습니다. 자기돌봄이 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일도 지속할 수 없고, 효과적일 수 없어 열매를 볼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놓치지 않아야 할 매일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어야 합니다. 좋은 음식으로 적절히 배를 채우고, 알맞은 운동으로 몸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충분하고도 안정적인 쉼을 통하여 건강한 나, 최상의 나를 스스로 매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입니다.
잘 준비된 셀마는 이제 다음 세대와 이웃과 약자를 돌아보는 일을 합니다. 셀마의 단순하지만 충만한 활동들처럼 저 또한 다음 세대와 이웃을 돌보는 삶에 조금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일이 업이 되었지만, 돈을 위한 목적이 아닌 참 의미와 목적으로 인해 내가 선택한 나의 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평생 해나갈 나의 일, 누구도 가지지 못한 나만의 보석을 나누어 주는 일에서 오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삶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내 주변에 마이어 부인이 누구인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멀리 가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 분이 내 주변에 있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나 자신에게 갇히지 않기 위함이고 더 풍성한 나눔과 배움을 위함이지요.
더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더 큰 재물이 생겨도 언제나 하고픈 일, 언제나 만족감과 즐거움이 넘치는 일, 그래서 참된 행복을 경험하게 하는 그 일을 지금 여기에서 일하며 살고 싶습니다. 단순하지만 강력하고, 약한 듯하지만 굽히지 않는 나만의 뚝심을 가지고 오늘을 행복으로 충만하게 채워나갈 때 미래의 어느 날 또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