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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꿈 Feb 17. 2022

희망의 순간

안녕하세요 민들레꿈입니다.


며칠  천둥번개와 사진첩을 보다가, 사진  장에 시선을 멈추었습니다. 천둥번개가 함께 웃는 순간을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매우 좋아하는 사진이지요. 문득 생각했습니다. '나는  사진을 어떤 점에서 좋아할까?  사진이 내게 감동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희망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그 날, 희망의 순간


  쌍둥이 엄마로서 쪼꼬미들이 동시에 울 때 크게 난감했습니다. 한 명을 둥가둥가하면서도, 연신 울고 있는 다른 아이를 신경쓰느라 불편한 마음을 경험했습니다. '쌍둥이 육아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물음표가 제 마음에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아이들 욕구를 모두 만족시킬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그저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과도하게 안기고 있지 않을지 염려하곤 했습니다. 아이들이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붙잡고 밀고 당기며 다투기 시작하자, 또다른 걱정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서로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을까? 언제쯤이나 안 싸우는 걸까?' 그런데 어느 날 부엌일을 하다가 거실에서 노는 천둥번개를 봤는데, 마주보고 웃고 있는 게 아닙니까. 운좋게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냈습니다. 몇 달 후 그 날 찍은 사진을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설정하여, 가까이 두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천둥번개가 서로 웃고 있는 사진을 바라볼 때면, 제 마음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은은하게 번졌습니다.


천둥번개가 잘 자라고 있구나. 자주 다투지만 서로 좋아하는구나. 우리 아이들은 사이좋게 지내겠구나.


사진은 제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고 앞으로도 잘 자랄테니, 저도 걱정을 내려두고 그저 날마다 육아하면 된다는 희망 말입니다. 아이들이 서로 웃는 모습을 본 순간은 제게 '희망의 순간'이 되었습니다. ​


희망의 순간은 계속 찾아온다.


  희망의 순간은 계속 찾아옵니다. 작년 겨울부터 번개 밤기저귀를 뗐는데, 몇 달 간 이불에 쉬를 해서 자주 이불 빨래를 했습니다. 그 때마다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기저귀를 떼는건가, 계속 밀어붙이는 게 나을까, 언제까지 이불 빨래를 해야하나 생각했습니다. 최근에도 종종 이불빨래를 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안하고 더 이상 걱정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며칠씩 연속으로 이불에 쉬를 하지 않는 날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아, 이렇게 밤기저귀를 떼는거구나. 기저귀를 떼더라도 이불에 실수할 수 있는 거구나.


  계단을 하나씩 힘겹게 오르듯 육아에 이런저런 걱정과 고민을 할 때가 있지만, 어느 계단 하나를 넘고나면 이전에 했던 걱정이 스르르 사라집니다. 그 계단이 제게 희망의 순간입니다. 그러니 희망의 순간이 올 때까지만 계단을 계속 오르면 됩니다.


초고를 완성한 날, 희망의 순간


  최근 박사 선배님과 정신건강실태보고서를 쓸 때도 희망의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몇 날 며칠, 몇 주를 힘겹게 시간을 짜내 토막글들을 썼고, 선배님과 합쳤습니다. 언제 보고서를 완성하려나 투덜거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초안을 완성했습니다. 마음이 상쾌했습니다. 희망이 피어 올랐습니다. '아, 보고서가 결국 완성되겠구나'. 그 날 후로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서를 쓸 수 있었습니다. 희망의 순간을 지나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러니 희망의 순간까지만 힘을 내면 됩니다.


다음주에 심리검사세미나를 할 예정이라 자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 다 마칠지 까마득합니다. 하지만 희망의 순간을 바라봅니다. 계단을 오르고 오르다보면, 희망의 순간을 마주하겠지요. 일을 완성하는 순간도 멋지지만, 완성할 수 있다는 희망이 솟아오르는 순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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