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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대가는 질로 따져라(4) - 세이노

일일일... 지겹도록 한다...

by 쏘리



p. 194



청소라는 허드렛일에 무슨 품질경영이냐고 비웃었으나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작은 메모 수첩에 그녀가 서비스한 객실 고객들에 대한 특성과 습관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그 고객이 다시 왔을 때 그들이 원하는 객실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 사람마다 고유의 특성들이 있다. 민감성도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 요구사항을 얘기해 주는 사람이 자칫 컴플레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개선해야 할 사항을 공짜로 알려주는 셈이니 감사해야 한다. 대부분 대한민국만 그러는지 몰라도 의견을 말하는 것에 선 듯 용기 내지 않고 그냥 침묵하고 속으로만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문제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실상 말 한 번 하는 게 오히려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말이다. 예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과정에서 혹여나 내가 더 번거로울 까봐 말을 하지 않고 쭈빗대던 동료분들이 계셨다. 업무적인 부분에서 피드백이나 요청사항 같은 경우엔 바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 맞춰줄 순 없겠지만 상대방이 무엇이 불편한지는 알고 있어야 주의를 갖고 일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 한 번으로 사이가 틀어질 거라면 그건 직장에서 유치원생처럼 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업무적으로 개선을 위한 논쟁은 필요하다는 의미다. 쓸 때 없이 남의 업무를 "쉬워 보이네, 할 일이 없어 보이네" 하기 전에 좋은 방법이 있다면 제시도 해주고, 반영이 잘 안 된다면 반영이 안 된 사유도 있으니, 그 사유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게끔 5분이면 대부분의 설명은 충분하다.)



역순으로 접어 두면 작업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음을 알아냈던 것이다.



(* 노는 시간을 잡아내라. 반드시 더 일찍 끝내는 방법이 있다. 5분 자투리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아라. 그 방법 중에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면 각자 자기만에 스타일이 있겠지만 함께하는 일이라면 본인 매뉴얼을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공유를 해야 한다. 혼자만 알고 있다면 그건 매뉴얼이 아니라 자기 혼자만의 매뉴얼이다. 공유를 하고 합의를 해서 최종 결정을 해야 혼선이 없다. 보통 일을 하다가 뭔가 혼잡스럽다면 체크해 봐라. 내가 아는 걸 함께 일하는 동료도 알고 있는지. 대부분 일부러 틀리는 게 아니라 숙지가 안 됐거나 방법을 몰랐거나 둘 중 하나다. 5번 이상 알려줬음에도 숙지가 안 되면 줘 패 야한다. 말로 패든 눈빛으로 패든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답이 없네. 그럼에도 한 번 알려주면 기억하기 위해서 메모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에겐 짜증보다는 배우려고 애쓰고 있구나 하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



미군들이 맡긴 옷가지들에서 때가 잘 빠지지 않으면 삶아 빨았다.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선 듯 나서서 솔선수범하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굳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묵묵히 한다. 누가 알아봐 주지 않아도 한다. 그 작업이 조직 전체에는 순기능을 가져다준다. 그 작은 변화가 조직 전체의 울림이 돼서 너도 나도 하게 된다는 의미다. 내가 처음 새벽 5시쯤 일어나서 쓰레기를 주우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눈치를 보다가 내가 나타나니 버리지 않았다. 버리는 사람이 무안하지 않게 시간을 좀 더 앞땡겨 봤다. 새벽 4시 30분 아무도 길거리에 없겠지 했지만 그 시간에도 나와서 조깅하는 사람과 출근하는 사람이 있었고, 우리 아파트엔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쓰레기 줍는 날이 생겨버렸다. 정작 나는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지만 그런 변화들이 생겼다. 내가 담배꽁초를 주울 때 흡연자들은 욕지거리를 했고, 누군가는 차에서 멋있다고 했고, 산책을 함께 했던 어르신은 책임감이 강하다고 해주셨고, 치우다 보니 어느 순간 깨끗해진 동네가 됐다. 어느 누가 지저분한 거리를 걷고 싶어 할까?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같이 줍자고 강요는 하지 않겠지만 하나의 행동이 동네를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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