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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지 Jan 26. 2023

서툴고 어색해도 괜찮아!

스웨덴 석사 유학, 첫 학기 회고

스웨덴에서 보낸 첫 학기이자 2년짜리 석사과정의 첫 학기가 작년 12월 중순쯤 끝났다. 새 학기가 시작해 바빠지기 전에 첫 학기에 대한 회고를 남겨보려 한다. 이 회고는 스웨덴 석사 유학을 고민하는 분들, 혹은 석사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1.  시간과 일정 관리

나는 나름 하루 루틴을 만들고 시간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재학 중인 왕립공과대학교에서는 시간표와 수업 장소가 매주 바뀌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서 시간과 일정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특히 한국의 대학원들과 달리 교과 중심의 석사여서 수업 일정을 잘 확인하고 참석하는 게 중요한데 시간과 일정에 패턴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니 하루살이처럼 일정에 쫓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았다. 심지어 한 수업에서 보통 매주 워크숍, 세미나, 강의 등의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각 활동들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다를 때가 많아서 시간과 일정을 관리하는 게 더더욱 어려웠다.


게다가 스웨덴은 보통 한 학기가 반 학기씩 나뉘어 있어서 한 학기에 총 4과목을 들을 때에는 반 학기 동안 2과목씩 듣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자투리 시간이 많이 생긴다고 느꼈다. 이런 자투리 시간들은 미리 어떤 일을 할지 생각해 놓지 않으면 낭비되어버리는 게 다반사여서 수업 일정들과 더불어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위해 새로 구입한 냉장고 다이어리

이번 학기부터는 시간과 일정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한주에 마지막쯤 다음 주 수업 일정, 수업 준비물, 과제들을 조금 더 세밀하게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다이어리를 사서 관리 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아이패드도 무겁다고 생각하는 나한테는 낭비라고 결론 내렸고, 대신에 냉장고에 붙이는 월간, 주간 플래너와 데일리 To-Do리스트를 구매해 다가오는 일정을 준비하고 수시로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 상기시킬 수 있도록 실천 해 볼 예정이다.


2.  친구들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과 함께한 마라샹궈 요리 교실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교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친구들이다. 특히 우리 전공(Interactive Media Technology)은 일반적인 공대 전공들과 달리 디자인이나 예술에도 관심이 깊은 친구들이 많아서 더 외향적인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대화를 나누기도 수월했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정말 재미있거나 유익하고 느낄 때가 많았다. 아무래도 관심사를 공유하기도 하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또한, 친구들이 모두 정말 똑똑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서 특히 전공과 관련해 배울 점들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종종 나타나는 무임 승차하는 사람들 (조별 과제에 참여하지 않거나 열심히 기여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그룹 프로젝트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곤 했는데, 여기서는 이런 친구들과 공부하는 덕에 오히려 그룹 프로젝트가 기다려진다. 이번 학기에는 모든 수업에 그룹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룹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낼 결과물들이 아주 기대된다.


다만, 우리 전공에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어서 영어가 아닌 자기 나라 언어로 대화하는 친구들을 가끔 볼 때는 한국어를 하는 친구들이 그리워질 때가 많았다. 나의 최대 관심사를 나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국제적인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3.  수업

과제로 제출한 디자인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

첫 학기 수업은 모두 전공 필수 수업으로, Media Technology and Interaction Design (인터랙션 디자인 실습 개론 수업), Human Perception for IT (IT를 위한 인간 지각), Research Methods in Interactive Media Technology (인터랙션 디자인 연구 방법론), Sustainability and Media Technology (지속 가능성과 미디어 기술) 이렇게 4개의 수업을 들었다. Sustainability and Media Technology 수업을 제외한 3개의 수업은 이전에 UX 디자이너로 일하거나 심리학을 공부할 때 배운 지식을 천천히 곱씹으면서 기초를 새롭게 다지는 수업이었다. 아무래도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전공이다 보니 모두가 같은 기초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반면에 Sustainability and Media Technology 수업은 다른 수업과 달리 디자인과 관련된 지식을 배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공대생, 디자이너, 및 연구자로서 가져야 하는 관점과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이어서 굉장히 새로웠고, 스웨덴이 지속 가능성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수업이었다.


이 4개의 수업을 통해 느낀 점은 왕립공과대학교가 연구 쪽으로 강한 학교라는 점이다. 특히 내가 속한 전공은 디자인 분야의 전공임에도 예상했던 것과 달리 논문 등의 전문적인 글들을 읽고 쓰는 걸 정말 많이 한다. 거기에 디자인 분야의 전공이기에 프로젝트 형식의 실습까지 많이 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과제도 많고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시간도 많이 할애해야 한다. 그러나 그만큼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스웨덴 유학을 고민 중이거나 준비 중이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유학길에 오르기 전에 특히 전공 관련 논문이나 서적을 통해 영어로 읽는 연습을 많이 하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문제없이 스웨덴 대학원에서 공부하려면 요구하는 영어 성적 (토플 90, 아이엘츠 6.5)보다 높은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학교에서 영어 실력과 관련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서관 프로그램들이 많고 교수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니 너무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스웨덴에서의 새 학기를 또 한번 응원하며

1월에 시작한 새 학기부터는 내가 듣고 싶었던 수업을 직접 선택해서 새로운 것들 배우게 될 것 같아 더욱 기대된다. 첫 학기 회고를 발판 삼아 더욱 효율적으로 시간과 일정 관리를 하고, 좋은 친구들과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함께 만들고, 나만의 전문 분야를 만드는 새 학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본 글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작가 본인이 소유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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