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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리원 Dec 22. 2022

스웨덴 석사, A학점만 받는 비결!

영어로 석사 수업 듣기 & 에세이 쓰기 꿀팁

     해외 유학을 고려하고 있거나 실제로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외국의 낯선 교육 환경에서 외국어로 공부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일 것이다. 나 역시 같은 걱정을 안고 작년 여름 스웨덴에서 석사 유학을 시작했고, 실제로 첫 1~2개월 동안 영어로 공부하는 것과 스웨덴의 교육 방식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 기간 동안은 노력했던 것만큼의 성적을 받지 못해 한 편으로는 속상해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못 받았는지 교수님들의 피드백과 좋은 에세이 샘플을 참고하며 분석하고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고군분투의 시간을 통해 이후 모든 수업에서 현재 스웨덴에서 석사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된 지금까지 계속 A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오늘 글에서는 나의 경험과 스스로 찾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웨덴 석사에서 영어로 공부하며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꿀팁들을 나눠보고자 한다. 다만, 내가 수강한 수업들과 나의 경험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의 내용은 주로 사회과학분야에 적용가능한 팁일 것이다. 

 * 스웨덴의 석사 성적은 보통 크게 2가지 방법으로 매겨지는데, 첫 째는 A(5), B(4), C(3), D(2), E(1), F(fail), 둘 째는 VG(very good), G(good), U(fail)이며, 내가 수강하는 석사프로그램의 모든 수업들은 전자의 방법으로 성적이 매겨진다. 


한국어로도 어려운 석사 공부, 영어로 하는데 잘 따라갈 수 있을까?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첫 해외 유학을, 그것도 석사 수준의 공부를, 영어로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일 수 있다. 물론 토플, 아이엘츠 등 영어 자격 기준이 유학의 관문이라 스웨덴 석사에 합격한 이상 어느 정도 수준의 영어실력은 보장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실전을 달랐던 것일까? 첫 석사 수업에서 나는 수업 내용의 절반 정도를 못 알아듣고 멘붕이 왔었다. 게다가 스웨덴 석사의 수업들은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수업마다 토론과 팀프로젝트를 영어로 해내야 했고, 사회과학분야 기준 많은 양의 영어 논문 리딩과 에세이 쓰기 과제가 있어 수준 높은 아카데믹 영어 실력이 정말 중요했다. 당연히 완벽한 영어 실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와 같은 경우에도 아카데믹 영어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간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째, 첫 수업 시작 전부터 리딩 시작하기

  첫째는 나의 아카데믹 영어 리딩에 큰 도움을 주었던 꿀팁으로, 바로 석사 유학의 가장 첫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의 시간을 활용하여 영어 논문 읽기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석사 유학 시작을 2개월 앞두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쉬는 기간이 있었는데, 그런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수업이 시작하기 2주 전쯤 입국을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2주 정도의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첫 수업 강의 계획서에 나와 있는 리딩 리스트의 논문들을 틈틈이 읽어보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첫 수업은 전공의 기초 과목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공 기초 관련 아카데믹 영어 용어들을 처음 접하고 익혀둘 수 있는 기회이다. 또한 아카데믹 리딩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논문 한 편을 읽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첫 수업 리딩 분량들을 미리 읽어두면 수업을 보다 여유롭게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미리 수강하게 될 프로그램의 커리큘럼 목록을 찾아보고 첫 수업 리딩 리스트의 논문들을 최대한 읽어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둘째, 아카데믹 리딩을 백 분 활용해서 문장력을 높이기

  둘째는 내가 수업 과제 혹은 시험으로 에세이를 쓸 때 영어 문장력을 키웠던 방법이다. 영어로 에세이를 쓰다 보면 한국어로는 쉽게 떠오르는 문장들이 막상 영어로 번역하려면 쉽지 않거나, 번역기로 돌린 듯한 어색한 문장으로 쓰일 때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평소 어휘력과 문장력에 따라 비슷한 단어나 문장이 계속 반복되는 듯한 느낌의 글이 쓰일 수 있는데, 같은 문법과 표현이 반복되는 에세이는 잘 쓰였다는 느낌을 주기 힘들다. 따로 영어 아카데믹 글쓰기 수업을 듣거나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던 나는 평소 수업에 읽어가야 하는 논문들을 읽으며 그 안에서 좋은 표현을 만나면 따로 정리를 해두었다. 글에서 주장을 할 때, 예시를 들 때, 통계를 소개할 때 등 다양한 맥락에서 새로운 표현을 쓰는 문장들을 보면 메모를 하고, 이후 에세이를 쓸 때 따라 써보는 식으로 활용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쓰는 표현을 빌려 쓴다는 게 익숙지 않아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일 수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에세이를 몇 편 쓰고 나니 자연스럽게 내가 쓰는 문장의 양과 질이 향상됨을 느꼈다. 


   셋째, 결국엔 많이 부딪혀보기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최대한 많이 부딪혀보기와 시간인 것 같다. 어차피 영어는 나의 모국어가 아니고, 완벽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수업에 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수업 세미나에서 토론을 할 때 영어로 제대로 표현을 못할까 두려워 소극적으로 임했던 때 보다 틀리고 버벅거려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 다 했을 때 수업 내용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서 논문을 최대한 많이 읽으며 전공 용어에 익숙해지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세미나에서도 무엇이든 말하다 보면 전공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영어로 표현하는 데 능숙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 학기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까 영어로 수업을 듣고, 말하고, 공부하는 모든 과정이 이전보다 더 익숙해졌고, 익숙해지니 더 쉽게 느껴졌다. 


에세이 잘 쓰는 것처럼 ‘보이는’ 법

   우선 에세이를 잘 ‘쓰는' 법이 아니라 잘 쓰는 것처럼 ‘보이는’ 법으로 소제목을 정한 이유는 에세이를 잘 쓰는 것의 핵심은 주제에 대한 이해도, 자료 조사에 쏟아부은 노력 등, 연구자로서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에세이를 써도 핵심적인 내용과 결론이 부실하면 잘 쓴 에세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아무리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도 그 노력의 결과가 에세이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잘 쓴 에세이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석사 초반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것 대비 기대했던 성적을 받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그 노력들을 에세이에 잘 녹이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나의 경험과 교수님들의 피드백을 통해 터득한 에세이 잘 쓰는 것처럼 보이는 꿀팁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첫째, 명확한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연구질문(Research Question)인 지를 점검하기

  내가 공부하는 프로그램은 시험으로 에세이를 쓸 때, 주제 선정부터 중간 점검, 초안 확인까지 모든 과정에서 교수님 및 다른 학생들과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이때 주제 선정 단계에서 모든 교수님들이 하나 같이 강조하며 피드백을 주셨던 것은 아무리 흥미로운 주제라도 논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명확한 결과를 보여줄 수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파트타임 노동의 활성화는 스웨덴 여성들의 일과 삶의 양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토픽을 가져갔을 때 교수님은 “네가 언뜻 생각하기에 스웨덴에 파트타임 노동이 활성화와 스웨덴 여성들의 일과 삶의 양립 문제의 개선이 당연한 연결고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에세이에서는 그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여야만 하는데, 어떻게 증명할 거야?”라고 피드백을 주셨다. 같은 수업을 듣는 다른 친구들의 에세이를 읽어볼 때도 좋은 점수를 받은 에세이와 그렇지 않은 에세이의 가장 큰 차이는 주제 선정에서 부터 드러났었다. 어렵고 심도 깊은 연구 질문이 아니라 쉽고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라도 명확한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는 가의 여부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둘째, 모든 문장들을 쓰임새 있게 앞 뒤 문장과 논리적으로 연결하기

  쓰인 문장 중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에세이는 잘 쓰인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에세이에서 추상적인 문장이 불필요하게 반복되지는 않는지, 문장마다 큰 주제를 위해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문장들이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사슬고리처럼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하나의 사실이나 주장을 포함하는 문장을 쓸 때 당연히 여기지 않고 그 사실이 ‘사실'이기 위한, 그 주장이 ‘타당한 주장'이기 위한 기 위한 논리적 흐름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파트타임 노동의 불평등 수준이 어떠한 지 이야기하며 파트타임 노동자의 상대적 빈곤율 통계를 제시하는 문장을 썼다고 해보자. 그 문장의 앞 문장들이 왜 상대적 빈곤율이 이 에세이에서 파트타임 노동의 불평등 수준을 확인하는데 적절한 지표인지에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면 독자들이 납득하며 읽을 수 있는 에세이가 될 것이다. 따라서 에세이의 문장들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관련 선행 연구 자료들과 이론들을 찾아서 충분히 레퍼런스 하며 문장 간의 논리적 연결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레퍼런스(Reference)와 나의 생각(Reflection) 꼭 둘 다 포함하기 

  간혹 가다 주변에서 좋은 주제를 가지고 열심히 에세이를 써서 제출했는데도 Fail을 받아 당황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대부분은 둘 중의 하나였는데, 수업에서 배운 내용만을 레퍼런스 하여 에세이를 썼거나, 혹은 주관적인 해석에 치우쳐 수업 내용과 연계를 못했거나였다. 아쉬운 성적을 받았던 2번째 수업에서 교수님께 부족했던 점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했더니, 객관적인 사실은 잘 적었는데 주관적 해석을 통한 나만의 창의성이 조금 더 보였으면 좋았겠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렇다고 창의성을 보여주기 위해 수업 자료 논문들을 충분히 레퍼런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부분의 수업에서는 레퍼런스로 사용해야만 하는 수업 자료의 최소 기준도 정해져 있다. 따라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과 나의 해석을 적절히 섞어 논리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넷째, 마지막 최종 확인 작업에서의 꿀팁

   에세이를 다 쓰고 나서 마지막에 최종 확인 작업은 꼭 해주는 것이 좋은데, 이때 내가 애용하는 몇 가지 꿀팁이 있다. 우선 에세이를 읽으며 계속 지나치게 반복되는 단어가 있다면, 좀 더 고급져 보이도록 다른 표현으로 바꿔 써주는 작업,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을 해준다. 이때 구글에 (다른 표현으로 바꾸고 싶은 단어 + synonym)을 검색하면 그 단어의 동의어 목록이 나오기 때문에 참고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최종확인 작업에서 당연히 틀린 철자나 문법을 확인하겠지만, 그래도 제출 전에 제삼자에게 부탁해서 한 번 읽어봐 달라고 하는 것도 좋다. 글을 썼던 나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졌던 표현이 타인이 읽기에는 어색할 수 있고, 이해가 안 가는 문장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버 사진 출처:  Simon Paulin/ imagebank.swed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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