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인터뷰 25: 박지현 님 인터뷰
누군가가 나에게 4년 넘는 유학 생활 동안 전공지식 이외에 무엇을 배웠는지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답할 수 있을까? 많은 대답이 뇌리를 스치지만, 자신을 객관화하고 재발견했던 과정을 중요한 배움 중 하나로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다. 세상도 나에게 익숙하고, 나도 세상에 익숙하다고 믿었던 환경을 떠나 철저히 낯선 곳으로 스스로를 내던진 후, 나는 타인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을 추구하는지 타인에게 끊임없이 설명해야 하는 나날을 보냈다.
이처럼 유학생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겪은 경험 덕분인지 이번 인터뷰 말미에서 스웨덴이 인생의 선생님이 되어주었다는 답변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텅 비었던 캠퍼스가 다시 새로운/낯선 사람들로 가득 차는 가을 학기의 두 번째 인터뷰는 스웨덴에서 석사 유학을 마치고 전공을 살려 한국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졸업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웨덴 룬드 대학교에서 2020년부터 2년 동안 환경경영과 정책 석사과정을 공부한 박지현이다. 석사 학위 논문 작업을 했던 2022년 봄학기부터 한국에 있는 지속 가능성 컨설팅 회사에 취직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2022년 11월 현재 약 9개월 정도 근무했다.
학부 때부터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 때문에 스웨덴이 지속 가능성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며, 사회 구성원들도 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아울러 2018년에 스웨덴 린셰핑 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을 하면서 체험했던 스웨덴 사회와 스웨덴 대학 시스템에 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 따라서 지속가능성 분야 석사 공부를 고민하는 단계에서부터 스웨덴에서 공부할 기회를 찾아봤고, 룬드 대학교가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한 뒤 지원했다.
온실 속의 화초같이 살아온 사람이었다.
환경경영과 정책 석사 프로그램의 특징이자, 스웨덴의 여러 석사 과정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인 산학 연계를 꼽고 싶다. 나 역시 스웨덴의 의류 브랜드를 비롯한 몇몇 회사와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석사 과정 동안 3개 정도 진행했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같이 일한 경험은 나중에 이력서 작성에도 도움이 되었고, 프로젝트 담당자와 소통은 물론, 결과물을 회사에 직접 찾아가 발표할 기회도 있었다. 이 프레젠테이션 준비 경험 또한 이후 취업 과정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링크드인을 활용한 네트워킹을 강조하고 싶다. 네트워킹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분들이 그 중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관심이 있는 포지션은 과감하게 지원하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않는 긍정적인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이고 싶다.
석사 과정 대부분을 코로나 19 영향력 아래에서 보내다 보니 스웨덴 이곳저곳을 여행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시 석사 과정을 한다면 아름다운 자연 위주로 여행을 더 많이 다닐 것 같다. 또한 지금처럼 다시 대면 수업과 행사가 가능해진 환경이라면 여러 사람들과 직접 만나면서 더 적극적으로 교류했을 것이다.
유학 과정에서 힘든 일이 있더라도 순간순간에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고 오너십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주어진 시간을 즐기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나중에는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나에게 스웨덴은 인생의 선생님이다. 한국에서 큰 고생을 겪지 않고 살다가 스웨덴에서는 때로는 언어와 국적/인종 차이에서 비롯되는 편견, 때로는 연고가 없는 곳에서 삶을 꾸려가는 현실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삶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과 달리 타인에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나의 정체성을 남에게 증명해 보여야 할 필요를 느끼면서 남과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을 배웠다는 생각도 든다.
커버 이미지: 박지현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