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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지 Nov 27. 2022

포스트 팬데믹에 사는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

Interactive Media Technolgy 전공의 첫 과목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으로 끝날 줄 알았던 석사 수업 첫날, 교수님은 우리에게 해석의 여지가 광대한 디자인 개요(design brief)를 던져 주시고는 사라지셨다. 개요의 주제는 포스트 팬데믹에 사는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라는 것이었고 세부 내용에는 코로나 이후에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여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나 외향적인 사람들도 이를 통해 내성적인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탐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디자인 개요(design brief)란? 디자인 프로젝트의 핵심과 기대를 요약, 정리한 문서.


이 수업의 이름은 Media Technology and Interaction Design이다. KTH 왕립 공과대학교의 석사 과정인 Interactive Media Technology 전공의 첫 필수 과목이기도 하고, 여러 전공 수업에서 사용하게 될 기본적인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인터랙션 디자인 연구 방법론 등을 배우는 수업이다. 이 수업은 크게 네 부분 – 인터랙션 디자인 논문 세미나, 워크숍, 슈퍼바이저 (supervisor)와의 피드백 세션, 강의 – 로 나뉘어 있고, 수업을 패스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디자인 개요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했다. 수업의 모든 부분은 디자인 프로젝트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고 실제로 Interactive Media Technology 전공이 어떤 전공인지 소개하기 가장 적합한 수업 내용이었던 것 같아 본 수업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 수업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프로젝트는 총 4단계 - 발견, 정의, 발전, 전달 - 로 이루어져 있다.


01. 발견 (Discover)

디자인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과정은 “발견하기”였다. 디자인 개요에 명시된 타깃 사용자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러 가지 방법과 여러 가지 관점으로 발견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이를 하기 위해 우리 팀은 첫 번째로 여러 차례 브레인스토밍을 했고, 브레인스토밍을 한 것에 기반해 데스크 리서치를 진행했다. 브레인스토밍과 데스크 리서치는 주로 코로나 (Covid-19)로 인해 발생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관한 것이었고 심리학적인 의미와 경험적 의미의 내향과 외향의 성격에 대한 것이었다.


브레인스토밍과 데스크 리서치 이후에는 사전 사용자 설문조사 (pre-user survey)와 이를 기반으로 한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해 실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알아보았다. 사전 사용자 설문조사에서는 가장 접근이 용이한 사람들인 KTH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대부분 설문조사에 응답했고 앞으로의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도 이들을 프로젝트의 주요 사용자 그룹으로 선정하는 것이 프로젝트 전반에 깊이를 더해줄 것이라고 생각해 KTH 재학생을 주요 사용자 그룹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또한 8명의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사전 사용자 설문조사의 응답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와 사용자 행동 양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더해갔다.


02. 정의 (Define)

디자인 프로젝트의 두 번째 과정인 “정의하기” 과정은 사실상 “발견”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우리는 우리가 얻은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가장 먼저 친화도 다이어그램(Affinity Diagram)을 만들었다. 친화도 다이어 그램은 방대한 정보를 여러 관점으로 뜯어보고 그룹화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Miro라는 협업 플랫폼을 사용했다.

 과정을 통해 우리는 디자인 개요에 명시된 내성적인 사람들과 외향적인 사람들을 정의할  있었고, 사용자 페르소나(persona) 만들어 대표적인 사용자 유형을 구체화할  있었다.  나아가, 유명 디자인 회사 IDEO <디자인 문제 구조화> 기법을 사용해 방대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디자인 개요를 우리 프로젝트에 알맞게 좁히고 구체적인 문제를 정의해   있었다.


03. 발전 (Develop)

디자인 프로젝트의 세 번째 과정은 이전 과정에서 발견하고 정의한 문제와 아이디어를 발전하여 현실화하는 가장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우리 팀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스케치를 이용한 브레인스토밍이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시각화함으로써 어떤 형태의 아이디어가 가장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토론하고 의논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이디어의 대략적인 형태가 잡힌 후에는 제품에 들어가게 될 기능에 대한 아이데이션(ideation)을 진행해 가장 중요한 기능을 선정함으로써 주요 기능을 정의했다.

기능이 정의된 후에는 이를 기반으로 와이어프레임(wireframe)을 스케치하고 간단한 방법과 표현으로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lo-fi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용성 테스트는 12명의 잠재 사용자에게 8개의 태스크를 주고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으로 진행되었고, 태스크를 수행하는 동안 사용자들은 자신의 생각이 육성으로 들리도록 말해야 했다.

이후 사용성 테스트에서 얻은 피드백을 기반으로 우리는 Lo-fi 프로토타입을 실제 제품과 유사하도록 제작한 프로토타입을 의미하는 hi-fi 프로토타입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우리 제품은 물리적인 부분과 디지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물리적인 부분은 스티로폼, 자석 등 실제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고 디지털 부분은 Figma (인터페이스 디자인 툴)와 Protopie (인터랙티브 프로토타이핑 툴)을 이용해 제작했다.

04. 전달 (Deliver)

디자인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는 제품 사용 영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 팀은 스토리보드를 만든 후 직접 영상을 찍고 편집하여 최종 결과물을 만들었다.


두 달여 동안 강의, 워크숍, 크리틱, 조별 활동까지 해야 하는 게 정말 많은 수업이었지만 내가 선택한 전공에 대한 확신과 스웨덴 대학의 교육 방식을 전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는 달리 여러 형태의 수업 방식이 한 수업에 포함되어있어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업의 모든 부분들이 결과물을 통해 연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배운 걸 바로바로 사용해보고 크리틱과 슈퍼바이저의 피드백을 통해 강의와 워크숍을 잘 이해했는지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어서 더더욱 좋았다. 첫 필수 과목이 정말 재미있고 유익해 앞으로 듣게 될 과목들에 눈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내가 배우고 싶은 영역을 마음껏 배울 수 있게 된 것 같아 행복하다.


더 나아가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혹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확실히 지키는 스웨덴 사람들의 일 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 한국 대학에서 조별 과제를 하거나 회사를 다닐 때는 (제 아무리 외국계이더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본인이 지키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시간을 희생해도 되는 시간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는 조별 과제 시간을 잡을 때 평일 최소 저녁 6시로부터 한 시간 전에는 시작하고 주말에는 절대 잡지 않는 것을 암묵적인 규칙이자 서로 간의 존중으로 여기는 듯했다. 이러한 개념이 기본으로 장착된 스웨덴 사람들의 건강한 문화를 몸소 체험해보며 "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었다.


커버 이미지 출처 -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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