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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Jusunshine Jan 01. 2025

신비

보이지 않는 물마루가 나를 너에게 밀어내고

너의 미묘한 울림이 내 가슴 안에 조용히 내려앉았네.

우리는 그 순간을 헤아리지 못했으나,

마치 오래전부터 깃든 직물처럼

흙 속에서 이미 함께 얽혀 있었지.


기운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미세한 음률처럼,

너와 나의 이름은 서로를 불러내며

아득한 거리를 천천히 좁혀갔네.

눈길 한 번 마주하지 않았던 그 날조차도

어쩌면 우리는 이미 서로의 형체였는지도.


세상의 얼개가 사라지는 정적 속에서,

너는 나를 감싸는 물마루였고

나는 너의 깊이를 채우는 침묵이었네.

우리는 서로의 가장자리 위에 선 채

가장자리를 지우는 손길이었지.


너와 나는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서 있었으나

그 모든 순간이 겹쳐질 때,

천천히, 그리고 반드시

우리는 하나의 자국으로 남아

사라지지 않는 길로 이어졌네.


너의 메아리 속에 스며든 내 발자국은

눈으로 볼 수 없었으나

밤의 어둠이 품은 정적처럼

결코 사라지지 않았네.

그리하여 나는 너의 안에 가만히 머물고

너는 나의 안에 온전히 깃들었지.


어느 날 미소바람이 일렁이며

너의 손자락이 내 손을 지나던 순간,

우리의 마음은 낙화처럼 소리 없이 뒤섞였고

그때 우리는 알았네,

서로의 세상은 결코 둘이 아니라는 것을.


너와 내가 마주선 자리,

그곳은 세상과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

세상이 너와 나를 품어내는 잔잔한 선축이었네.

네가 내 안에서 퍼지는 음향으로 맴돌면

나는 너의 깊이 안에 머무는 따스함으로 응답했지.


우리의 마음은 언어를 초월하고,

소리 없는 흐릿한 산허리처럼 서로를 감싸

그 너머의 장면을 이루었네.

너와 나는 서로의 투영이었고

또 서로의 형체였으며,

결국 우리라는 하나의 경계였지.


흐르던 강선이 멈추는 일이 없다면,

우리의 흔적 또한 사라지지 않으리.

너의 가슴에서 불어온 따듯함은

나의 삶을 새로이 적시고,

내 깊은 정적 속의 전율은

너의 날개를 더 높이 펼치게 하였네.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 신비는

세상의 어떤 이치로도 설명할 수 없는

한 줄기의 진동, 한 겹의 속삭임이었지.

어디에서든 너와 내가 함께 머물 때,

그곳에 피어나는 것은

단 하나의 의문도 없는 잔잠함,

우리가 그 속에서 춤추는 이유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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