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삼켜버린 말들이 얼마나 많은가.
가슴속 깊은 곳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미완성된 문장들,
전하지 못한 진심들,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말을 아끼며 살게 되었을까.
아니, 정확히는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숨기고,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할 말만 골라서 하며 살게 되었을까.
직장에서, 가정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말을 선택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과 해야만 하는 말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며,
대부분의 경우 후자를 선택한다.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려도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하고,
친구가 무리한 부탁을 해도 "괜찮아, 해줄게"라고 말한다.
가족이 내 마음을 몰라줘도 "괜찮다"며 웃어넘긴다.
이런 배려와 참음이 미덕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정말 말을 삼키는 것이 현명한 처세술일까?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삼킨 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가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나를 괴롭힌다.
밤늦은 시간 혼자 있을 때,
"그때 왜 그 말을 못했을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는데"라며 후회가 밀려온다.
배려한다는 명목 하에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 병이 든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우울감이 찾아오고, 때로는 원인 모를 분노가 터져 나온다.
이상하게 짜증이 많아지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이 삼킨 말들이 가져다주는 부작용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는 이해할 만하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사람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좋은 사람이란 무조건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때로는 듣기 싫어도 진실을 말해주는 사람일까?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아니면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진정한 배려는 자신의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억압받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는 진짜 배려를 할 수 없다.
겉으로는 배려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쌓여간다.
그런 배려는 진심이 아니라 연기에 가깝다.
언젠가는 한계에 도달해서 폭발하거나, 아니면 관계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나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싫은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물론 무례하게 말하라는 뜻은 아니다.
예의를 갖추되, 진심을 담아서 말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매번 속으로 삼키며 사는 삶은 얼마나 답답한가.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진짜 나는 어디에도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삶은 외롭다.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도
진정으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이 떠날 수도 있다.
내가 자신들의 기대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떠나는 사람들은 애초에 진짜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내가 연기한 모습을 좋아한 것이다.
그런 관계는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반면 내 진실한 모습을 보고도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소중한 인연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해주고,
내 단점까지 받아들여주는 사람들.
이런 관계는 평생 지속될 수 있는 깊고 의미 있는 관계다.
순간의 미움을 두려워하지 말자.
진실을 말했을 때 상대방이 화를 낼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소통의 시작이다.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면,
오히려 더 깊은 이해와 신뢰가 생긴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진심을 숨기는 것보다,
갈등을 통해서라도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건강한 관계다.
솔직함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무작정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내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당신이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당신의 그런 행동이 저에게는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예민한 상태일 때는 피하고,
차분하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다.
또한 내 감정이 너무 격앙된 상태에서는 잠시 기다렸다가 마음을 정리한 후에 말하는 것이 현명하다.
말하는 목적도 분명히 해야 한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우리 관계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서 이 말을 해요"라고 전제를 깔고 시작하면,
상대방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사는 것은 자유로운 일이다.
더 이상 눈치를 보며 살지 않아도 되고,
가면을 쓰고 연기할 필요도 없다.
물론 때로는 갈등이 생기고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진짜 나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밤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은 삼킨 말들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없기를 바란다.
용기를 내어 하고 싶은 말을 해보자.
물론 모든 말을 다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말, 꼭 해야 할 말들은 용기를 내어 표현해보자.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되고, 진짜 나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오늘부터라도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괜찮다"는 말 대신 "사실은 조금 힘들어"라고 말해보고,
"됩니다"라는 대답 대신 "이런 부분이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자.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더 솔직하고 자유로운 삶을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