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문을 열어봅니다
3월 둘째 주가 밝았다. 사람들은 지금 이 시간에 등교를 하거나 출근을 하고 아님 아직 침대 위에서 눈을 비비고 있을 수도 있다. 그 어떤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일지라도 지금 이 글이 당신들에게 오늘 하루를 넘어 한 주를 잘 보낼 수 있는 작은 원동력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주말에 혼자 카페에서 다녀왔었다. 검은색 에코백 안에 포인트오브뷰에서 산 검정 수첩과 아이패드 그리고 작은 책을 챙겨 집을 나섰다. 주말에는 15도가 넘어가는 포근한 날씨 덕분인지 최대한 가볍게 입은 옷마저 덥게 느껴졌다. 노래를 들으며 경의선 숲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내가 들은 노래는 찰리빈웍스의 우리 사랑은‘이라는 노래다. 작년 2022년도 9월쯤, 개인적인 사정으로 너무 힘들어하던 나에게 친한 언니가 추천해 준 노래다. 나는 그 노래를 찬양가 수준으로 매일 5번 이상씩 들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마음이 이상하거나 힘들 때 습관적으로 그 노래를 튼다.
“만약 우리 사는 동안 아픔이 없다면 단지 짧은 삶이 그리 의미가 있을까”
노래의 첫 구절이자, 노래가 담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가사인듯하다. 겪고 있는 아픔이 우주의 작은 별인 지구의 한 나라, 한 동네에 있는 것이라면 아파하되 두려워하지는 않아도 된다. 그 아픔이 무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픔을 극복한 용기가 우리의 근육이 된다.
새해는 1년에 총 2번의 시작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첫 시작은 진짜 새해 첫 날인 1월 1일, 그리고 두 번째 시작은 3월 2일이다. 새해는 이미 2달 전에 시작했지만 3월은 다른 달 보다 앞으로의 남은 한 해를 더 보람차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핵심적인 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3월을 맞이해 의욕 가득한 마음으로 아침 지하철에 몸을 싣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긴 하다. 현생에 찌들면 사실 그런 의욕도 없는 게 당연하니 말이다. 나는 전부터 3월이 다가오면 알 수 없는 부담감에 사로잡히곤 했다. 무엇인가를 더 이뤄야겠다는 부담, 깨끗한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 마음이 진짜로 내가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단순히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나오는 마음인지 분간을 잘하지 못했었다. 이런 마음을 지속할 수 없었던 나는 결판을 내렸다.
“3월인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바뀌고 싶다면 그냥 지금부터 하면 되는 거야. 근데 지금이 3월인 거고”
1월 2월을 꽉꽉 채워 살아왔지만 이제 또다시 방향을 정리할 시기가 다가오고야 말았다. 내가 방향을 정리할 때마다 쓰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방법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지금 하고 있는 본인의 일과 상황을 쭉 나열해서 쓰기
정말 사소한 것부터 써 내려가도 괜찮다. 나이부터 직장 혹은 학과같이 변하지 않는 객관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하고 있는 대외활동, 동아리 혹은 공부 같은 외부적인 요소들 그리고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 고민 같은 마음에 관련된 것까지 모두 써보면 좋다. 그러면 대략적인 자신의 상태가 보일 것이다. 어떤 점이 잘 되고 있고, 어떤 점은 좀 더 보완되면 좋을지가 보인다는 뜻이다. 내가 했던 것을 예시로 들어보면
EX)
이름 : 000 나이:2X살, 대학: 00 교대 3학년, 하고 있는 활동 : 콤마 매거진 에디터, 서포터즈 대외활동 3개(수료), 그 외 사이드 프로젝트로 브런치, 블로그 등에 글 업로드
현재 내면의 상태 : 에디팅이랑 마케팅 쪽으로 실무 경험을 쌓아서 더 전문적으로 일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 에디터 쪽도 좋지만 이제는 마케팅에 더 중심을 두고 배워보고 싶다, 조금 더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싶다 등등
정신없어 보이지만 저 5줄로 요즘 자신의 상태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지금 내가 채워야 할 부족한 부분이 보이고 반대로 충분히 채워진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
2. 앞으로 필요한 것, 앞으로 필요 없는 것, 계속 필요한 것 분리하기
앞에 언급한 1번의 다음 단계다. 파악한 자신의 상태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인데, 앞으로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 그리고 과거에도 지금도 필요한 것으로 분리하면 된다.
EX)
필요한 것 : 마케팅과 에디팅 방향의 실무 경험 쌓기 -> 인턴을 구해보자
비슷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 기자단, 광고 동아리에 들어가자
필요 없는 것 : 내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 내 본래 전공 -> 휴학하자 (어차피 힘든 학점은 채운 상태)
계속 필요한 것 : 퍼스널 브랜딩 (브런치와 블로그를 통해 끊임없는 자기 pr)
위와 같이 3가지 종류로 분리하여 나를 재정립하는데 필요한 것을 써보니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명확히 보였다. 그래서 2달 동안 위에 적은 것들을 실현시키기 위해 길을 만들었다. 그 결과 현재 나는 휴학을 하고 인턴 생활을 하고 있으며 기자단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광고 동아리는 아직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고 블로그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의미 있는 미팅도 진행했었는데.. 그것은 좋은 결과가 있다면! 다시 업로드하도록 하겠다.
3. 3개월의 주기로 반복
보통 재정립의 시간을 가진다고 하면 긴 레이스 후에 행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확신이 드는 길을 만들고, 걷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자주 자신의 발자국을 봐줘야 한다. 나는 보통 1주일에 한 번씩은 나의 목표를 다시 보고 회고하는 편이다. 한 달 별로 이루고 싶은 목록들을 적어두는 편인데, 꽤나 자주 내가 얼마큼 진행되고 있는지 살피기 위해 적어둔 것들을 본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1,2번은 장기 레이스를 위해 만들어본 양식이기 때문에 3개월 주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나처럼 주별로 회고하고 싶다면 1,2번처럼 길게 자신의 상태를 적을 필요는 없다. 짧게 짧게 치고 나가는 방식도 괜찮다. 다만 보다 편하고 덜 부담이 가도록 설계하다 보니 1년에 4번, 3개월의 주기로 설정한 것이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하다 보면 변화가 적은 주기도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적은 변화가 가끔은 ‘열심히 안 살았나?’라는 생각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조심해야 한다. 모든 큰 변화가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열심’과 무조건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보자. 예를 들어 3월에 시작한 기자단을 6월에도 여전히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쓰게 되면 글자에서는 변화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3월의 기자단 속 나는 처음 시도해 보는 기사 양식으로 쩔쩔매고 있었지만 6월의 나는 양식을 헷갈리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일 만큼 매우 능숙한 기자단이 되어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자신의 내공에 집중하면 보이는 변화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다.
정리하자면 앞서 언급한 1,2번의 방법으로 보이는 변화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과정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남겨놓는 것이다. 자신이 마음속으로 발전했다고 느끼는 것과 이를 기록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다. 그러니 자신의 중요한 감정을 무조건! 남겨놓길 바란다.
3/6일 월요일의 아침 8시의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당신들의 월요일 아침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