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클릭이 남긴 것들

by 키스톤

그날의 클릭이 남긴 것들


## 1. 클릭 전쟁


"선착순 마감."


이 네 글자만큼 부모의 심장을 뛰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무료 대학 입시 컨설팅. 유명 입시 전문가. 선착순 100명.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마우스를 잡은 순간, 이미 60명이 신청을 마친 상태였다.


'아이 학원 시간이랑 겹치는데…'

'상의라도 해봐야 하나…'


망설임은 0.5초. 그 사이 신청자는 67명으로 늘어났다.


클릭.

신청 완료.

그날, 나는 '선착순'이라는 단어에 이성을 맡겼다. 그리고 그 클릭 하나가, 긴 하루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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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날 아침


"서류 다 챙겼지?"

"응, 신청서."

"…성적표는?"

"엄마가 신청서만 쓰라며."

그 순간, 내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이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분명 "일단 신청서만 작성해"라고 했다. 그게 전부였다.


누가 더 급했던 걸까.

누가 더 간절했던 걸까.

아이에게 이 상담은, 그냥 '엄마가 하라니까 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화보다 서운함이 먼저 올라왔다. 나만 혼자 달려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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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PC방에 프린터가 없는 시대


급한 대로 상담장 근처 PC방을 검색했다.

"죄송한데요, 여기 프린터 있나요?"

"아니요, 요즘 PC방엔 프린터 없어요."

2025년, 프린터 없는 시대였다.


세 곳을 더 돌아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결국 핸드폰 화면으로 성적을 보여드렸다.

선생님은 눈을 가늘게 뜨며 화면을 들여다보셨다. 내가 들고 있던 폰이 점점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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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현실이라는 이름의 숫자들


"이 성적으로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선생님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


희망 대학: 저 멀리.

현실 대학: 발밑.

그 간극이 생각보다 훨씬, 정말 훨씬 컸다.


아이의 얼굴이 굳어갔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이 가장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지금부터는 공부 방법을 바꿔야 해요. 전략적으로…"

귀한 시간을 내주셨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해줄 말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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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각자의 시간


어떤 단어로 이 혼란스런 마음을 잡을 수 없었기에.

말끝이 점점 날카로워졌고 아이의 입술은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표정은 빨리 도망치고 싶어하는 마음이 보였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없었다.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세 번쯤.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아니, 어쩌면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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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날 밤


오후 9시쯤, 아이가 돌아왔다.

생각보다 평온한 얼굴이었다.

아이와 대화를 해야하는데 쉽게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아이가 돌아와 한 시간쯤 후 문을 두드렸다.


"엄마."

"응."

"나 오늘 충격받았어."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한 대학이, 사실은 없더라."


아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근데 이제 알았으니까. 뭘 해야 할지도 알 것 같아."

그 말이 낯설 만큼 단단했다. 그날의 상담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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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엄마도 배우는 중


나는 깨달았다.


충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현실을 직면하는 용기야말로, 성장의 출발점이 된다는 걸.

그리고 내가 아이의 '실제'를 보려 하지 않았다는 것도.

희망으로 덮고 있었던 건, 어쩌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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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고2다.


가능성이 작다는 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의 잔소리로 아이를 키운 것은 어렸을 때가 전부였다.

결국 지금 아이의 성장은 스스로 깨달음이다.

이제 잔소리는 내려놓으려 한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순간들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려 한다.


오늘도, 엄마는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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