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모의고사

by 키스톤

3월 모의고사가 끝났다.


고1 첫 모의고사를 본다고 했을 때,

나는 애써 가볍게 생각했다.

중학교 때 배운 것들을 한 번 확인하는 시험이겠지, 하고.

그날 밤, 큰아이는 나에게 안아달라고 했다.

기대했던 점수와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고,

그 간격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아이를 안고 있는 내 팔에도 힘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아이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한 발을 내디디면 두 발 물러서기도 하면서.

그러면서도, 멈추지는 않았다.

고3이 된 지금, 세 번째 3월 모의고사를 봤다.

시험을 보러 나서는 아이의 표정이 전과 달랐다.

굳어 있었다. 단단하게. 그 얼굴을 보며 나도 덩달아 숨을 참았다.

올해 고1이 된 둘째도 같은 날 시험을 봤다.

그래도 내 눈은 온통 큰아이에게 가 있었다.


지난 겨울방학, 아이는 혼자 공부하겠다며 다니던 학원을 모두 정리했다.

불안했다. 하지만 그 선택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내린 결정이었고,

나는 그것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스스로 인강을 찾아 결제를 부탁했다. 나는 말없이 결제만 해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엄마, 입시 공부 좀 해요."

짧은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말들이 긴 시간처럼 마음에 걸렸다.

유명한 강사는 누구인지.

대치동 수업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다른 엄마들이 단체방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것들을, 아이는 혼자 찾아야 했다.

나는 학원 이름인지 선생님 이름인지조차 알아듣지 못했다.

모른다는 게 들킬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화면만 들여다봤다.

아이는 그걸 알고 있었을까.


이번 모의고사는, 잘 치렀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목도 있었지만. 아이 앞에서는 짧게 한마디만 했다.

"수고했어."

돌아서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이제는 안다.

아이가 혼자 버텨낸 시간만큼, 나도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요즘은 영상을 찾아보고, 낯선 용어들을 노트에 받아 적는다.

무엇이 좋은 정보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적어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아이가 혼자가 아니게 하기 위해서.

엄마도 공부 중이다.

아이 옆에 서 있기 위해서.

여전히, 느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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