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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Jul 03.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미국에서의 마지막 버거, 쉑쉑버거

 나의 미국 유명 먹거리의 마지막 메뉴가 될 쉑쉑버거. 이름이 일단 마음에 든다. 뉴욕 지점이 본점 이었다고 했던가...짐작과는 약간 다른 스펠링의 간판을 단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사람들로 북적댔고 바로 옆에서 한국말도 간간히 들렸다. 뉴욕이야 말로 한국 여행객들도 많고 그들이 가는 곳도 비슷비슷할 동네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서 먹지도 못하고 서서 먹었다. 한 입 베어무니 이 폭신폭신했고 두툼한 고기가 한덩이 입안에 가득했다. 맛있었다. 비싸고 맛있었다. 수제버거도 아닌데 넘 비싼거 아닌가 했다. 쉑쉑버거까지 먹어보며 미국에 와서 여러 종류의 햄버거를 먹었지만 이것저것 먹어본 나의 소감은 ‘햄버거는 햄버거’ 라는 것이다. 물론 각자마다 특징이 조금씩 있긴 하지만 큰 틀은 역시 빵사이의 고기와 야채라는 것이니 사실 나 같은 무딘 입에는 대동소이한 느낌으로 비슷하게 맛있었다. 아무튼 일단 햄버거는 맛있다. 옆 테이블에 까르르 거리며 먹고 있는 한국 청년들도 있었고 히잡을 쓰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여성들도 있었다. 마지막 햄버거 여행 끝의 느낌은 역시 여기는 세계인의 나라 미국이구나! 라는 것.     


 식사를 마치고 길을 걷다 리바이스 매장을 발견한 나는 한창 유행할 때 너무 입고 싶었지만 비싸서 사 입을 생각도 못했던 바지를 미국에서는 좀 싸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리바이스는 샌프란시스코가 발생지라고 했다. ‘아 그래서 바지에 샌프란시스코가 적혀 있는 게 많았구나.’ 가격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는 모르고 일단 좀 저렴하겠지 싶은 마음에 청반바지와 흰색반바지를 하나씩 샀다. 계산을 마치고 지역 특산물을 얻은 것 같은 뿌듯한 마음과 합리적인 소비를 한것 같은 만족감으로 다시 길을 걸었다.     


 간간히 보이는 길거리의 푸드트럭들을 구경하고 이젠 익숙한 건물 숲들 사이를 걸었다. 언뜻 지나치다 보인 밴드 공연 안내가 있어 무심코 보았다. 뮤지컬 공연은 포기했지만 20달러 정도의 밴드 공연 정도는 봐주는 게 도시 여행의 멋이 아닐까 싶어 공연 시간을 문의했다. 예매는 필요 없이 8시쯤에 공연장에 와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입장하면 된다고 했다. 저녁 일정은 이 공연으로 하기로 하고 뉴욕에 유명한 서점이 있다고 해서 그 쪽으로 향했다. 승연이는 참 아는 것도 많았다.     


 승연이의 안내로 도착한 곳은 건물 한채를 통채로 쓰는 몇 층이나 되는 대형 서점이었고 책들뿐 아니라 장난감과 팬시 용품들도 있었다. 표지가 너무너무 멋진 책들이 있었다. 집에 가져다가 책꽂이에 꽂아 두는 것만으로도 너무 멋질 것 같은 판타지 영화에서 나오는 마법서 같은 책들. 물론 영서들이라 읽어 볼 심산으로 사거나 하진 않겠지만 그저 장식용으로라도 가져다 놓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드는 책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무거운 책들을 짊어 지고 다니며 여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굳이 사다가 택배로 보내기는 너무 과한 것 같아 손으로 표지의 촉감과 요철만 느껴보며 구경만 했다. 역시 책은 커피와 함께 인 것인가. 책 구경(정말 말 그대로의 책 구경, 책 표지 구경)을 마치고 근처에 보이는 커피숍을 향했다. 가는 길에 또 기념품 가게가 보여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하나 사갈까 하고 들어가 봤다.


 오히려 뉴욕은 워낙에 유명한 도시라 그런지 웬만한 제품 이미 한국에서도 많이 보던 것 같았다. 티셔츠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머그잔 같은 것도 굳이 뉴욕에서 사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이 보이던 것들이었다. 고르고 골라 자유의 여신상을 본 뜬 볼펜!을 굳이하나 샀다. 부피가 크지 않아 내가 가져가기도 용이하고 나중에 집안에 장식용으로도 괜찮겠다 싶어 하나 고르고 큰 사과 모양의 마그넷하나 골라 담았다.     


 기념품 쇼핑을 마치고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쉬는 시간은 언제나 편안하다. 다만 커피가 주는 휴식뿐만 아니라 그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르는 사람들의 마음몸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커피를 앞에 두고 테이블에 앉아 승연이는 조금 전 서점에서 산 다이어리를 꺼냈다. 빈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의 그림을 좋아한다며 나에게도 그림 하나 그려보라고하기에 창가에 보이는 풍경을 그렸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으면 좋았을 것을 어렸을 적 미술학원 선생님한테 수제자 소리까지 들었던 나라며 잘 그려보겠다고 너무 애쓰고 신경을 쓰는 통에 내가 봐도 참 별로인 그림이 나왔다. 편안하고 순수한 마음을 갖고 무언가를 한다는 건 참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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