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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Jun 12.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마지막 도시 뉴욕으로

 마지막 밤이니 시카고의 재즈를 한 번 더 쥐어짜는 느낌으로다가 블루스 밴드가 연주하는 유명한 바를 찾아갔다.


 "공연 끝날 때 다 돼 가는데 괜찮겠니?"


 입구에서 물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들어갔다. 입장료 지불하고 들어가 무대의 우측 옆에 있는 빈 테이블에 앉았다.


 티비에서 많이 보던 덩치 큰 흑인 아저씨들이 그루브 넘치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고 재즈의 본고장에 와서 이런 음악을 이런 광경과 언제 또 들어 보겠냐는 나름 뿌듯함도 느끼고 잘은 모르지만 수준 있는 연주를 듣는 것 같아 문화적 허영심을 기쁘게 채워갔다. 


 음악을 놀이 삼아 악기를 장난감 삼아 자유롭게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항상 부러운 마음이 솟는다. 나름대로 음악 연주에 흥미가 있고 연주를 즐기며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을 항상 갖고 있지만 그런쪽으로는 재능이 1도 없다는 걸 수시로 느끼는 나에겐 뮤지션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당췌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연주  사이에 익살스러워 보이는 억양으로 관객들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거기에 관객들은 홀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동시에 웃으며 밴드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홀을 채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거기 녹아들지 못하는 내가 다소 불순물 같기도 했지만 영화의 풍경 속에 있는 것 같은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20분여 뒤에 갈채 속에서 연주는 끝이 났다. 아쉬웠다. 따로 술을 마시거나 할 생각은 없었던 까닭에 밴드의 퇴장 후에 곧바로 우리도 바를 빠져나왔다.


  물릴 정도로 피자도 먹었고 재즈 음악도 이만큼이나 들었으니 이제 내가 여기서 더 할 건 없다.


 시카고의 밤거리를 뒤로 하며 숙소로 향했고 늦은 시각 무겁게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시카고를 떠나 미국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뉴욕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무 생각 없이 시카고라는 이름이 익숙해서 오게 되었던 곳에서 기대 이상으로(기대심이 백지장 같았기도 했지)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낸 것 같아 선물 같은 시간을 얻은 기분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카고가 조금 위험한 곳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잘은 모르지만 승연이도 로스앤젤레스에 있던 형부가 자기가 시카고로 간다고 했을 때 위험한 곳이라며 강하게 말렸다고도 했다. 세상 사는 게 다 복불복이란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즐거운 이야기들과 다시 와보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라는 인상을 뒤에 지고 뉴욕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나와 승연이는 비행 시간이 달랐지만 결국 우린 뉴욕에서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승연이는 아침 8시 정도로 꽤 이른 시간의 비행이었고 나는 정오 즈음의 비행이었다. 뉴욕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먼저 떠나는 승연이를 아침에 지하철역 까지 배웅해주려고 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출발이라 다만 조심히 먼저 잘 가 있으라 문자로만 인사를 하고 나는 그대로 다시 이 들었다.


 새벽에 깨었다가 단잠을 자고 늦지 않은 시각 일어났다. 승연이는 잘 간듯 했다. 몸을 일으켜 식당으로 올라가 이제는 익숙해진 게스트 하우스의 조식을 먹은 후 첫 날 둘러보았던 동네 한 바퀴를 돌아 보는 것으로 시카고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로 했다.


 날씨가 흐려지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카메라를 들고는 있었지만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다만 천천히 돌아보면서 처음 와서 느꼈던 느낌을 떠올려 보고 그간 냈던 시간을 한번 돌이켜 보며 가슴에 새겨 두자 했다.     


 첫 날 피자를 들고 있는 나를 보며 놀리듯 말했던 금발의 여자, 내 가방이 열렸다고 말해줬던 남자, 코골이가 심했던 게스트하우스의 남자와 내 방을 바꿀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게스트하우스 직원 등의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이 먼저 떠올랐다. 시카고 이야기를 많이 해준 할머니까지... 부는 바람을 맞으며 첫날의 밤처럼 크게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꽤 먼 길을 돌아 숙소에서 배낭을 찾아 다시 메고 계단을 내려와 미국 내에서의 마지막 비행을 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언제나 그렇고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지만 공항으로 떠나는 길은 설렘이 가득한 길 일 것이다.(일단은 여행으로 가는 경우에 한해서는..) 인터넷에서 본 어느 글에서는 여행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이라며 비행기 탑승구의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보며 크게 공감한 적도 있다.


 다시 향하는 새로운 도시에 대한 기대감에 그 도시가 그 이름도 유명한, 또 유명한 만큼 신비하게 느껴 온 세계적인 도시 뉴욕이라는 데에 두근거림 덕에 지루한 탑승 수속도 즐겼다. 그렇게 이제 미국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뉴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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