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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May 29.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시카고의 항구 NAVY PIER

 마음의 양식을 가득 채운 후 찾아온 육신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미술관에서 길 건너 편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로 들어갔다.


 붉은 갈색톤으로 꾸며진 가게로 샌드위치의 종류와 주문 순서가 나와 있는 위아래로 아주 길고 커다란 안내판이 한쪽 벽에 걸려 있었다.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뭘 어떻게 먹을지 고민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직접 골라 주문 할 수 있었다. 하나부터 열끝까지 선택해서 주문하는 것도 일이었다.


 ' 대충 샌드위치 하나 먹는데 이렇게까지 배려를 해주다니 미술관 앞이라 뭔가 독창성을 키워주려는 컨셉인가?' 하는 골치를 썩어가며 힘들게 고르고 골라 결국 닭고기가 들어간 무난한 샌드위치 하나를 시켰다.


 미술관의 여흥으로 노천 카페 쪽으로 음식을 가져가서 먹기로 했다.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였다. 도시 숲 빌딩 사이에서 바람이 불어와 테이블에 올려 놓은 냅킨과 뜯어 놓은 음식 포장지들을 날려 버렸다. 한순간에 그림이 황폐해졌다.


 "크하핫! 이럴려고 여기 앉은 건 아닌데 내 맘같지 않네. 예술 작품 감상 후 낭만있는 노천 카페 식사를 기대한건데... 아하핫"

 "들어갈까요?"


 우린 다시 실내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요기를 마쳤다.


 더위와 피로감을 약간 달랜 후 시카고의 멋진 스카이 라인을 볼 수 있다는 NAVY PIER로 향하기로 했다. 시카고 공원에서 얼마 전에 만났던 머니께서 추천해준 곳이기도 했다.


 NAVY PIER에 도착 건물 안으로 들어가 한참 고민한 후 마그넷을 각자 하나씩 사고 야외로 빠져 다.


  밖으로 나가 마주한 창공을 덮고 누워있는 푸른 바다는 ‘바다는 언제나 반갑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항구를 따라 늘어선 레스토랑들과 정박해 있는 관광용 배들이 그려내는 말 그대로 외국 영화같은 풍경을 둘러보며 걸었다. 모래사장을 걸을 때와는 다른 운치를 느끼며 바람을 맞고 햇살에 눈을 찌푸려 가며 걸터 앉아 쉬어 가며 꽤나 긴 항구 길을 걸어 도착한 뷰 포인트에서 시카고의 스카이 라인을 보았다.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 바람의 도시 시카고가 가진 라인은 내가 처음 느낀 익살스러움과 다정함과는 달랐다. 떡대가 좋으며 매끈하고 날이 잘 서있는 잘생긴 미국 남성의 느낌을 풍겼다. 저물어 가는 해를 등에 업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다시 걸었다. 스카이 라인을 봤으니 이제 야경을 볼 차례인가.


 야경을 감상하는 유명한 건물이 두 곳이 있었는데 우리는 높이는 두 번째 이지만 바닥이 투명해서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스카이 덱으로 가기로 했다.


 스카이 덱으로 가기 전 한 놈만 팬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한 우울만 판다는 말도 생각나기도 하고 어쨌거나 나중에 어디가서 ‘시카고 피자라면 먹을 만큼 먹어 봤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시 저녁으로 피자를 먹으러 갔다.   

  

 승연이가 미리 알아 놓은 시카고 시내에서 유명한 피자집으로 향해 건물들 사이를 누벼 갔다. 도착한 피자집은 우리나라 맛집 마냥 이미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대기 번호를 받으며 들어보니 약 30분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였다면 짤없이 돌아섰들텐데 걸을만큼 걸은데다 딴데 찾아가기도 힘들고 피자집 앞에 마련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색과 모양은 달라도 또 모이다 보면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기다리다 보니 어느 노랑머리의 북유럽 느낌의 소년이 피자집의 출구를 나서며 ‘아, 여기 맛 없어!’라고 짐작되는 듯 한 말을 큰 소리로 외치고 일행들과 낄낄거리며 밖으로 휘적휘적 걸어 나가는 걸 보았다.       


 “쟤, 방금 여기 맛 없다고 하고 간 거 아니야? 우리 낚이는 거 아니야?”

 “아니예요, 그냥 저런 애들 하나씩 있잖아요. 신경 쓰지 마요.”

 “하긴 설령 맛이 없다한들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애. 여기 분위기가 너무 현지 식당 같고 좋아.”

 “그러네요. 동양인은 우리 뿐이네요.”

 “응, 멋지다. 영화에서 보던 펍 같은 그런 분위기야 진짜. 너무 좋아.”

 

 밖에서 들여다 본 내부의 분위기는 역시나 활기찼다. 아까 본 호퍼의 그림 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에서 즐거운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뿜어내는 생기와 밝은 표정들이 조명들과 어우러지고, 점원들의 활력 생동감이 섞여들어 만들어내는 활기찬창문 넘어 나한테 까지 번지는 듯 했다.


 시간이 흘러 승연이의 영어 이름이 불렸고(내 이름은 외국 사람들이 알아 듣기도 힘들고 마땅히 영어 이름을 지어 놓지도 않았었다.) 내부로 입장했다. 안내 받은 자리는 바의 끝자리로 점원들이 들락거리는 통로 옆의 구석자리였다.     


 “머야, 얘들 지금 우리 동양인이라고 일부러 이런 자리로 안내한 거 아니야?”

 “설마요.”

 “하긴 그렇다손 치더라도 미약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지. 괜히 까불었다가 가루가 될지도 몰라.”

 “하하. 그렇긴 해요. 저 사람들 키 좀 봐. 엄청 커요.”     


 우리 테이블 안내를 맡은 점원은 대충 솥뚜껑만한 손을 가진 신장이 190cm정도 될 듯한(물론 내가 밑에서 올려다 본 까닭에 실제보다 더 커보였겠지만) 갱스터 랩을 멋지게 구사할 것 같은 목소리를 가진 흑인 남자였다.      


 하지만 “Hello, welcome to the Chicago.” 라는 인사로 시작하는 점원의 안내에 스웩 넘치는 친절함이 느껴졌다. 정확히 어떤 피자인지는 모르지만 그 곳의 대표메뉴 하나씩을 골라 주문하고 빠질 수 없는 에너지원이자 밥 친구가 되버린 듯한 콜라도 한잔씩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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