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herland_Amsterdam 환승시간 대기 중 짧은 산책
저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디자인도 좋아해요.
그래서 몇 년 전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을 할 때에는 저만의 여행 테마를 타이포/일러스트/그래픽 디자인/패키지 디자인으로 잡고 그런 부분들에 집중을 했어요.
같이 여행했던 여행 메이트는 그런 부분에 집중해 촬영한 저의 사진을 보고는 이해가 안 된다며 혀를 찼지만, 그때 찍은 사진들은 여전히 딱 제 스타일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만의 느낌과 그 나라만의 색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포르투갈이라면 주황색의 지붕, 네덜란드라면 브라운 계열의 건물들과 그 사이사이 감각적인 비비드 컬러 등.
그런 하나하나를 느끼며 여행을 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위 사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 내려서 독일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하기 까지 8시간가량 남아 잠깐 공항 밖으로 나갔다 왔을 때 찍었어요.
처음 눈에 담은 네덜란드는 크지만 작고 어둡지만 밝은 느낌이었습니다.
거리 곳곳에 나뭇잎 표시가 있었는데 그게 대마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몇 시간 뒤 특유의 냄새를 길 곳곳에서 맡게 되면서였어요.
어쨌든, 암스테르담 공항 근처를 골목골목 쏘 아다니며 해가 뜨는 다리 위 풍경을 보고, 노랗고 긴 트램도 보고, 노란 M 아니, 맥도널드에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네덜란드 까지 와서 맥도널드냐고 욕을 먹었지만 저는 엄청난 맥덕입니다! 최애 메뉴는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랩이에요.)
대부분의 유럽이 그러하듯, 진한 갈색 벽돌과 그 비슷한 계열의 진하고, 채도가 낮은 색을 가진 크고 작은 건물, 그리고 초콜릿바 같은 창문들의 향연이 암스테르담에서도 펼쳐졌어요.
한마디로 비유하자면, 해가 들지 않는 네덜란드의 골목은 카푸치노를 옅게 끼얹은 듯한 필터로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신기한 건, 그런 건물들 사이에 비비드 레드로 꾸며진 앤티크 샵 그리고 뜬금없이 나타난 노랑과 파랑으로 칠해진 건물 등. 곳곳에 뜬금없지만 환기를 시켜주는 느낌의 비비드 컬러들이 제 존재들을 마음껏 내뿜고 있었고, 그게 전혀 이상하거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게? 여기에? 갑자기? 안 어울리는데?'라는 생각보다는
'우와! 오 되게 신선하다.'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 강의 물비린내와 습기에 약간은 쳐질 뻔했던 기분이 괜히 생기 도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색이 주는, 어느 정도 규정된 평범함 속 자유로운 밝음은 그 힘이 꽤나 컸어요.
'네가 예술을 알아? 미대 다녔어? 예술적인 척 쩐다. 재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예요.
네, 저는 미대를 나오지도 않았으며 여전히 포토샵과 일러스트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세상의 모든 시선들은 너무 주관적이기 때문에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게 맞아요.
저 역시 '나는 감각이 있다, 색감 장난 아니다, 이 각도로 이렇게 찍으면 이런 느낌이고 저기서 찍으면 또 느낌이 달라!, 이 구도로 이게 가운데로 나오게 찍어봐. 좌우 대칭 맞추고 그렇지! 그거야!'라고 여행을 비롯해 카메라를 드는 매 순간 아티스트인 것 마냥 생각하고 행동하니까요.
내가 감각 있다고 생각해 찍은 사진이 남에게는 삭제 버튼 누를만한 사진이 되고, 남에게 아름다운 사진이 내게는 구도가 전혀 예쁘지 않은 사진이 되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시야를 가지고 있으니 네가 찍은 사진도, 내가 찍은 사진도, 네가 사는 인생도, 내가 사는 인생도, 네 생각도, 내 생각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떠났더라도 각자의 시선에서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나만의 여행을 한다면, 내가 남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을 필요도, 남이 나를 보며 혀를 찰 필요도 없겠죠.
같은 여행지를 가더라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시선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 수에 따라 여러 가지 느낌의 사진들이 나올 것이고, 어쩌면 그런 것들의 공유 안에서 나의 또 다른 취향을 찾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누구에게 맞춰주는 여행보다, 나만의 감성, 나만의 감각, 나만의 기준을 찾을 수 있는 여행을 한다면 장담하는데,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