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어려워
나 홀로 운전하고 엄마에게 가는 두 번째 길이다. 남편의 도움 없이 나 혼자 가는 길이 얼마나 뿌듯하고 설레는지 모른다. 트렁크에는 엄마에게 줄 토마토와 참외 한 상자가 실려있다. 그동안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가야 했기에 가져갈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무언가를 사들고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남편과 함께 가면 되지만 늘 부탁하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데 엄마에게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바로 고속도로와 트럭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고가도로를 2개나 지나야 한다. 그래서 도착하기 전까지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운전은 나에게 해야 할 숙제이자 정말 잘하고 싶은 일이다. 아이들과 평일날 놀이공원에 놀러 가는 것, 친정엄마와 단둘이 여행 가는 것, 멀리 이사 간 친구들을 만나는 것들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이 드신 엄마가 아프시다면 바로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 등. 아마도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자유'라는 것을 느낄 것 같다.
운전은 육아를 시작하며 정말 필수능력이다. 5년 전 대도시에서 신도시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운전'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백화점, 쇼핑몰, 병원이 도보로 10분 이내 인 곳에서는 유모차를 밀고 거의 모든 일이 가능했다. 그러나 내가 이사 온 신도시는 그냥 시골이었다. 아직 버스 노선도 많지 않고 버스 대기 시간이 20분을 넘어가니 정말 시골 동네에 온 것 같았다. 한 번은 둘째가 아파서 유치원에 데리러 가는데 택시는 근거리라 승차거부를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버스를 타고 가는데 버스 노선을 잘못 알고 엉뚱한 정거장에 내렸다. 뜨거운 여름날 두 정거장이나 막내를 안고 걸어갔다. 아픈 아이를 빨리 데리러 가야 하는데 막내까지 걷지 않고 안아달라고 칭얼거렸다. 그때 생각했다. '운전 못하는 건 죄야!'
사실 나는 운전면허를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땄다. 그러나 겁도 많고 운전을 직접 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 면허는 말 그대로 장롱면허가 되었다. 결혼하면서 신랑의 차로 운전하기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주차는 너무 어려웠고, 주행 중 옆차가 조금만 가까워져도 깜짝깜짝 놀랐다. 남편은 이런 날 보고, "그냥 마음 편하게 택시 타고 다녀.", "사고 나는 것보다 택시 타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렇게 겁이 많던 나는 '그래, 택시를 타면 되지.' 하며 운전하지 않는 나를 합리화했다.
그러나 운전은 나에게 단순 기술이 아닌 '낯선 것에 대한 용기이자 도전'이었다.
모르는 길을 나 혼자 가며 그리고 사고가 생기면 어쩌지? 어떻게 해결하지?'
하는 고민으로 미루고 미뤄둔 숙제다.
그런데 엄마가 지난달 김치를 담아두었는데 언제 올 수 있냐고 여러 차례 물었다. 남편은 일로 바빠서 당장 시간이 안 나고, 나는 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혼자 운전하고 가기로 결심했다. 이제 동네 운전은 익숙해져서 이 정도면 고속도로도 탈 수 있을 것 같은 희미한 '자신감'이 들었다. 먼저 친정 가는 길을 여러 차례 네비로 보고, 어디서 차선을 바꿀지, 하이패스는 오른쪽인지 왼쪽인지를 살폈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도전을 시작했다. 초반 고속도로 진입까지는 좋았고, 하이패스도 무사히 지났다. 그리고 다시 도심으로 들어가는 경로까지는 좋았는데, 네비에서 알려주는 길을 잘못 들어 낯선 동네에 들어섰다. 나의 머릿속은 빨리 길을 찾아야 한다는 불안감으로 뒤죽박죽 되어버렸다. 좌회전하려 하니 앞차가 빵! 빵! 이 차선에 들어서면 역주행을 할 뻔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경적소리와 함께 급브레이크를 밟고 겨우 차선을 바꾸어 비상깜빡이를 켜고 한 동안 달렸다. 드디어 익숙한 동네가 보였다. 그리고 엄마에게도 남편에게도 그 날일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드디어 두 번째도 무사히 도착! 엄마는 나를 보고 "이번에도 괜찮았어?" 하며 반가워하셨다. "응, 엄마" "근데 운전하고 오니까 너무 좋다."라고 답했다. 마치 엄마에게 넘어지지 않고 걸음마를 성공해 온 것 같았다. 아마도 이제 엄마를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