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과

엄마에게 필요한 시간은?

8월은 새 분기 도서관 프로그램 신청기간이다. 관심 있어 미리 눈도장 찍어 둔 독서 프로그램을 저장시켜 놓고 다음으로 아이들 위한 프로그램을 찾아본다. 혹시 신청을 놓칠세라 알림도 설정해 놓았다. 프로그램을 보다가 캘리그래피, 수채화, 오일파스텔 그림 수업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까지 아크릴 미술 수업을 들었는데 미술수업이 취미로 꽤 괜찮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머릿속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둘 수 있다. 엄마도 봄부터 아크릴 도안에 색을 칠하고 완성시킨 그림들을 하나씩 벽에 걸어두고 있다. 노안 때문에 힘들긴 해도 벽에 그림이 하나씩 늘어가며 즐거워했다. 그래서 엄마에게도 미술수업이 도움이 될 듯했다. 여러 수업 중 오일파스텔 수업이 어렵지 않고 좋을 것 같아서

엄마에게 프로그램 계획서와 그림 몇 가지를 톡으로 보냈다. 활달한 성격도 아니고 낯도 가리는 엄마라서 수업을 하겠다고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흔쾌히 엄마도 일주일 한 번이고, 도서관도 도보로 가기 괜찮다며 한번 해 보고 싶다고 했다.


13일 8:50분 알람이 울리고 바로 홈피에 접속했다. '신청 인원이 20명이니 되겠지? 설마 안 될까?' 그런데 사실 좀 긴장됐다. 드디어 9시!!! 차례로 성명, 생년월일. 우편번호 찾기, 전화번호, 그런데 학교와 학년을 넣는 칸이 있었다. '이건 분명 성인 수업인데 뭐지?' 잠시 망설이다 다시 페이지를 전단계로 돌려 한번 더 확인 후 다시 신청을 시작했다. 9시 1분!! 빨리빨리! 마음은 조급하고 손은 느리게 느껴졌다. 드디어 마지막동의 버튼을 누르고 신청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바로 뜬 화면은 대기자 7명 중 5번째다. 난 시간을 바로 확인했다. 9시 3분! 3분 만에 마감되었다니! 게다가 대기자번호도 5번째라니!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살짝 기대하는 것 같았는데..... 엄마에게 바로 전화했다.


"엄마 미안해. 알람 맞추고 했는데 2분 만에 마감되고 대기자라 기다려봐야 해."

"그래? 근데 아쉽네. 혹시 다른데 수업 있으면 알아봐 줘."

모처럼 낯가리는 엄마가 선뜻하겠다는 수업이었는데 정말 아쉬웠다. 그래서 엄마 사는 곳 근처 노인복지관과 행정복지센터 홈피를 하나씩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미술 관련 수업신청이 거의 다 마감이었다. 적어도 3개월 후 다시 알아봐야 했다. 다른 어르신들이 열심히 취미생활도 하며 즐겁게 지냈는데, 우리 엄마는 그렇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의 일과는 직장 나가는 동생 대신 조카들을 봐주시는 것이다. 오전에 손자들 아침밥 해 주시고, 잠시 쉬다가 하교 시간에 맞춰 간식 챙겨주시고, 저녁 밑반찬 챙겨다 주시는 엄마. 그리고 잠깐 동네 아주머니들과 커피 마시는 게 유일한 쉬는 시간이다. 전업주부인 나와 비슷한 하루일과를 보내는 엄마. 나는 그래도 오전에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며 내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엄마는 20대에 엄마가 되어 70대가 되어도 여전히 비슷한 일과를 보내며 정작 엄마를 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엄마에게 필요하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을까? 당연히 우리 뒤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있는 엄마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동안 엄마의 시간을 마치 우리의 여유 시간으로 생각해 온 것은 아닌지 말이다. 더 늦기 전에 엄마가 엄마의 시간을 어떻게 채우고 싶어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제는 엄마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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