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엄마와 닮았다는 것이 싫었다.

주말에 시이모님 댁 결혼식이 있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참석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커피숍으로 이동해 시어머니는 오랜만에 만난 이모님들과 담소를 나누셨다. 큰아이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나를 보며 이모님들이 "엄마랑 아주 판박이네. 똑같다. 똑같아."라고 하셨다. 여기에 남편이 "똑같은 사람 한 명 더 있어요. 장모님까지 계시면 3명이 아주 똑같아요."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나와 큰 아이 그리고 엄마 우리 셋은 닮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 들으며 자라왔다. 그런데 나는 엄마랑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모녀지간이니 닮는 것이 당연한데도 왜 싫어했을까? 아마도 그건 엄마의 성격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엄마와 내가 닮았다는 것이 외적뿐만 아니라 성격도 닮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였다. 엄마는 우리에겐 많이 엄했지만 사람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했다. 그런 엄마가 나는 서운하기도 무섭기도 했다. 그때는 그런 엄마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형제는 어렸지만 일찍부터 어른스러워야 했다. 알아서 스스로 해야 엄마에게 칭찬도 받고 인정도 받았다. 이제 돌아보면 어른스러웠던 어린 시절이 아쉽게도 느껴진다. 어린아이들이니 실수할 수도 있었는데, 엄마가 좀 더 포용해 줬으면 어땠을까? 엄마도 그 시절을 후회할까? 요즘 손자손녀들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걸 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다.

갑자기 큰 아이에게 엄마 닮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떤 기분인지 묻고 싶었다. 큰 아이는 나의 질문에 "갑자기?"라며 본인은 어렸을 적부터 많이 들어서 닮았다는 말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그렇지만 외적으로 닮은 것이지, 엄마처럼 되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나는 엄마 닮았다는 얘기가 싫지는 않으니 다행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엄마와 내 모습은 더 닮아간다. 그런데 요즘 엄마는 예전보다 좀 더 여유도 있고 많이 웃는 모습이다. 그리고 성격도 많이 유해지셨다. 그런 엄마의 요즘 모습이 좋다. 엄마랑 의견 차이도 많아 서먹서먹하던 시간을 뒤로하고, 결혼생활을 하며 나의 모난 부분들이 깎여나갔다. 엄마도 아이 셋과 가사와 일을 병행하며 힘들었던 젊은 시절을 보내고, 이제는 한 발치 떨어져 손자들을 보는 시선에서 따뜻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나도 예전 어린 시절 엄마를 보는 시선에서 지금의 엄마를 볼 때 다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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