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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금만사 Aug 28. 2023

워런 버핏은 0.055% 소득세를 낸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조세납부 내역의 공개를 거부했다. 납세 내역의 공개는 1970년부터 이어진 전통이었으나 트럼프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상대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카지노 허가를 받기 위해 낸 세금 이외에 다른 세금을 낸 일이 없으며 연방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를 자랑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맞받아쳤다. “그러니까 내가 똑똑한 거야!(That makes me smart)”라는 의외의 답변에 클린턴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 다. 클린턴은 침묵함으로써 부자가 탈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 됐다.


트럼프는 2차 토론에서 세금으로 힐러리를 역공했다. “나는 세금을 공제받았다. 엄청난 양의 공제이다. 클린턴의 지지자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들은 많은 공제를 받았다. 버핏(Warren E. Buffett) 또한 많은 공제를 받았다” 했다. 난데없는 불똥이 버핏에게 튄 것이다. 


이에 버크셔 해서웨이는 성명을 통해 버핏의 2015년 소득은 11,563,931달러이고 이 소득에서 1,845,557달러의 세금을 납부했다 했다. 그리고 그는 13살 때부터 지금까지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했다. 공식 설명에 의하면 그는 소득 대비 16%의 세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버핏은 자기가 한 말대로 공정하게 세금을 내고 있을까?


포브스(Forbes) 지에 의하면 버핏은 2015년을 기준으로 650조 달러의 부자이다. 그의 투자수익은 연 20%에 이른다. 보수적으로 추정하여 그의 투자수익이 5%라고 가정하더라도 2015년 그의 투자소득은 32조 달러에 이른다. 그리고 180만 달러의 세금을 납부했다. 트럼프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버핏은 충실하게 세금을 낸다고 한다. 하지만 버핏이 낸 세금은 총소득의 0.055%이다.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페이스북 지분 20%를 소유했다. 그는 소득세를 얼마나 낼까? 페이스북은 2018년 200억 달러의 수익을 낸 것으로 되어 있다. 주가가 올라 생긴 소득은 제외하고 그의 1년 소득은 200억 달러의 20%인 40억 달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배당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부자가 그러하듯이 미국에서는 주식을 팔지 않는 한 주식투자 소득세는 0원이다. 법인 페이스북 또한 해외 조세회피로 대부분의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지 않다.


트럼프는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에 대하여 상속세나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이후 다양한 조세회피 전략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일이 없었다. 버핏은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버핏의 자산은 주로 버크셔 해서 웨이(Berkshire Hathaway) 주식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배당을 하지 않는다. 수 십년 동안 맺은 투자의 결실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회사에 축적되어 있는 것이다. 세금을 내지 않고 다시 투자되는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 2021 년 9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은 1주 가격이 43만 달러이다.


버핏은 자신의 여행과 식사 비용을 회사 경비로 처리할 수 있고 혹시 돈이 필요하면 회사주식 한 주만 팔면 5억이 입금된다. 이 소득에 대해 그는 투자 소득세 20%만 내면 된다. 버핏은 부자과세를 지지하고 있다. 그는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여러 제안을 하여 그의 이름을 딴 부자 과세(Buffett rule) 법안이 제안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버핏은 존경받는 부자의 반열에 올랐지만 주식을 팔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많은 돈을 벌고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세금을 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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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혁신을 대표하는 미국 기업이다. 애플은 제품의 혁신만이 아니라 조세회피 혁신에서도 선두기업이다. 애플은 미국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에서 발생할 소득을 아일랜드로 이전했다. 애플은 아일랜드 정부와 법인세를 2% 이내로 합의였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애플은 2%의 법인세도 절약하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애플은 미국에서 관리하는 이름뿐인 자회사를 아일랜드에 세웠다. 이 회사에 미국 이외의 나라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애플 제품은 미국에서 디자인, 개발, 프로그램을 만들고 중국에서 생산하지만 판매권은 아일랜드에 있는 자회사가 가진다. 이 회사는 매년 수입 억불을 벌고 있지 만 세금은 한 푼도 내고 있지 않다. 탈세는 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아일랜드는 자국에서 관리하는 기업에 한하여 법인세를 납부하도록 하여 미국에서 관리하는 애플 자회사는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 미국에서는 미국에 설립된 법인에 한하여 과세하기 때문에 아일랜드 자회사는 양쪽에 납세의무가 없다.


애플은 국적 없는 자회사를 만들어 천문학적인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미국에서 다른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유지되는 도로, 통신, 교육, 경찰, 소방, 법원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애플의 최고 경영자인 팀 쿡(Tim Cook)은 애플은 납부해야 할 모든 세금은 빠짐없이 내고 있다면서 애플은 미국내 판매에 대하여 매년 1천6백만 달러 이상을 납부한다 했다. 그는 애플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35%에 이르는 법인세가 문제라고 항변했다.


애플은 구글에 비하면 조세회피 수법이 단순한 편이다. 검색 엔진, 소프트웨어, 의약품 특허, 컴퓨터 운영시스템 등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특허권과 사용료를 조세회피처로 이전하여 납세 의무를 회피한다. 구글은 버뮤다에 설립한 구글지주회사에 특허권을 주고 2017년 1년 동안 221억 달러를 벌었다. 경제주간지 블룸버그의 추정에 의하면 구글은 이러한 방식으로 4년 간 미국에 납부할 세금 31억 달러를 회피했다.


이자 비용 또한 조세회피에 활용된다. 다국적 기업은 같은 그룹내 해외 기업으로부터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자기들끼리 이자를 주고받으면서 이를 비용으로 공제한다. 


세금을 내는 기업과 내지 않는 기업이 경쟁하면 누가 승리할까? 결론은 명백하다. 애플 등은 여기에 더하여 부채 확대, 해외 자산 취득 및 연구센터 설립 등으로 세금을 공제받아 현재의 수익을 최소화한다. 부채를 끌어들여 투자한 결과 기업은 미래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주가는 높아지고 사업은 번성하는데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 이들 기업이다.   


미국 회계감사원(Government Accounting Office)은 2013 보고서에서 미국기업은 세율이 35% 임에도 이익의 12.6%만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 했다. 외국에서 납부하는 세금을 포함하여도 최대 16.9%밖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1998년부터 2005년 사이 다국적 기업의 55%가 적어도 1회 이상 납부할 세금이 없다고 신고했다. 각종 면세 및 공제 제도와 해외 조세 도피가 주범이다.


기업의 조세회피는 미국의 법인세 징수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1960년대에 법인세는 정부 재정수입의 33%를 차지했다. 현재는 9%밖에 되지 않는다. 이 부족액은 개인 납세자가 채워야 한다. 1960년대 개인은 재정수입에 50%를 납부했으나 현재 80%를 책임지고 있다. 이는 국가가 법인세율을 낮추어 기업에 유리한 조세 제도를 만들어 주었지만 법인은 더 많은 소득과 재산을 조세회피처로 돌렸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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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회피하는 것은 기업만이 아니다. 2015년 유출된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는 초부자들이 탈세하고 법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조세회피처를 애용하는 것이 드러났다. 유명 인사 중에는 성룡(Jackie Chan)과 리오넬 메시(Lionel Messi)와 같은 스타 이외에도 고위공직자를 다수 포함하고 있었다.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측근은 20억 불의 계좌를 가지고 있었고, 시진핑(Xi Jinping)도 고객이었다. 파키스탄 수상과 말레이시아 수상의 아들도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었으며 아일랜드 수상은 가족들이 계좌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들통나 사임했다. 영국 카메룬(David Cameron) 수상도 아버지가 계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해명해야 했다.


러시아 정부 언론은 이를 미국의 음모라고 했고 중국에서는 관련 언어의 인터넷 검색이 금지됐다. 파나마 페이퍼는 기업과 개인의 탈세 자금, 정치인의 부패자금, 범죄 조직의 마약 밀거래 자금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조세회피처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파나마 페이퍼는 임원이 없더라도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국가에 파나마 12345x, 또는 AB56789JP 같은 익명의 법인을 만든다. 


고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회사의 주식을 자기 돈 5억 달러를 들여 산다. 주권(stock certificates)은 소지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소지식으로 발행된다. 아무런 이름이 필요 없다. 무기명 주권을 구입한 자금은 법인 이름으로 예치되어 아무도 이를 알 수 없게 된다. 대부분 은행은 이들 법인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행하여 부자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파나마 페이퍼에 의하면 이 법률회사는 위장회사 214,000개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회피처를 통한 탈세 규모는 알 수 없다. 월 스트리트지 기자가 2015년 미 국세청 기록을 분석한 결과 미국인은 스위스에 1만개 이상의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그 금액은 1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했다. 미 의회의 추산에 의하면 전 세계 비밀계좌를 통해 매년 400억 달러 이상의 탈세가 이루어진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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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소득의 개념을 넓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고자 한다. 하지만 각국은 소득을 제대로 과세하지 않는 많은 이유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공제 조항과 면세 조항이 그것이다. 부자는 근로소득을 자본소득으로 바꾸어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세법의 이러한 규정은 과거 귀족이 애용하던 면세 특권과 유사하다. 이러한 특혜는 최고의 소득을 가진 부자들이 보통의 시민보다 더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내도록 한다. 현재의 소득세는 부자일수록 과세대상 소득을 숨기기 쉬운 세금이다. 부와 담세능력은 과세대상 소득과 전혀 관련이 없다. 소득세는 과거 유행하던 물품세가 모두에게 공평한 세금이라는 주장과 비슷하다. 부자는 소비를 많이 하기 때문에 당연히 세금을 많이 납부한다는 논리는 상 식에 어긋난다. 근검한 부자가 반드시 소비를 더 많이 하지 않듯이 부자가 반드시 과세대상 소득이 많은 것은 아니다.


소득은 크게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으로 구성된다. 자본소득은 자산을 손쉽게 해외로 도피할 수 있기 때문에 과세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딜레마에 국가는 자본소득세를 낮추어 조세수입을 일부라도 확보하려 한다. 


일부 국가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지만 노동에 대한 소득세 및 상속세는 강화하고 있다. 해외로 이전하기 쉬운 자본과 달리 노동은 세금 때문에 해외로 이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인은 자본에 비해 해외로 직접 이주할 가능성이 낮지만 고소득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은 예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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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부자가 잠들어 있거나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어도 부를 창출한다. 반면 노동은 아프거나 다치면 소득이 단절된다. 이러한 이유로 자본을 노동보다 더 과세하는 것이 정의롭다. 불로소득을 높이 과세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미국에서 1940년부터 1980년까지 자본에 대한 평균 세율은 40%이고, 노동에 대한 세율은 25%였던 이유이다. 


이게 합리적이지만 이후 자본에 대한 세율은 낮아지기 시작하여 평균 20%로 낮아졌고, 노동에 대한 세율은 10%가 올라 평균 35%가 됐다. 2016년 자본소득의 최고세율은 23.7%인 반면 노동에 대한 최고세율은 그 두 배인 39.6%가 됐다. 초부자들은 소득의 대부분이 자본소득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본 소득이 2% 이내이다. 조세연구센터(Tax Policy Center)에 의하면 2013년 자본을 낮게 과세함으로써 얻는 이익의 75%를 백만 달러 이상을 버는 부자들이 가져갔다 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자본을 낮게 과세한다. 그 논리는 첫째, 경제성장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본투자는 기본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실제 미국에서 자본 과세와 경제 성장의 관계를 검증하여 보았을 때 사실이 아니다. 현재의 조세 제도는 자본을 소유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했고 초부자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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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과세에 대하여는 뒤에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여기서는 미국 대법관 닐리(Neely)의 경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강제적으로 정직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 소득세 탈세는 사회의 모든 계층과 사람들에게 퍼져 있다. 탈세는 보통 기회에 비례하여 일어난다.




이 글은 "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 



참고 문헌

The Triumph of Injustice (Emmanuel Saez and Gabriel Zuckman, Norton & Company 2019), Reinventing Fiscal Democracy page 7-8

The Triumph of Injustice (Emmanuel Saez and Gabriel Zuckman, Norton & Company 2019), Income and Taxes in America page 19

The Triumph of Injustice (Emmanuel Saez and Gabriel Zuckman, Norton & Company 2019), Welcome to Bermuland, page 75, 

A Fine Mess (T.R. Reid, Penguin Press 2017), The Defining Problem; The Taxing Solution, page 151-153

A Fine Mess (T.R. Reid, Penguin Press 2017), The Defining Problem; The Taxing Solution, page 147-151, page 165

Taxing the Rich (Kenneth Scheve & David Stasavage, Princeton University, 2016), Did Globalization make it impossible to tax the Rich? Page 197-200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How a Good Tax Goes Bad, page 383

The Triumph of Injustice (Emmanuel Saez and Gabriel Zuckman, Norton & Company 2019), Taxing the Rich, page 128-130, Welcome to Bermuland, page 93

A Fine Mess (T.R. Reid, Penguin Press 2017), The Defining Problem; The Taxing Solution, page 136

Daylight Robbery (Dominic Frisby, Penguin Business 2019), Digital Breaks Free page 17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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