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는 반대로, 모든 걸 드러내야 하는 결혼
나는 대학생 때, 부모님이 이혼했다.
중학교 때는 이혼하겠다는 부모님에게,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 나 죽어버릴 거야 라며 울부짖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서, 이럴 바에는 빨리 이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고
내가 24살에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성인이 되었기에, 이제 부모님과 나는 별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4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할 때는 별개가 아니며 나의 약점이 되더라
요새는 아무리 이혼가정이 많다고 하지만, 그게 내 가정이 되었을 때는 우려사항이 되더라
간혹 인터넷에서 사귀기 초반에, 상대방과 더 나아가기 전에 ‘자신이 이혼 가정이라는 걸 알려야 할까요?‘라는 글이 올라온다.
말 안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 라는 댓글과 사귀는데 굳이 자신의 약점을 드러낼 필요가 있냐 라는 댓글의 설전이 치열하다.
내가 만약 이혼가정이 아니었다면 나 또한, 밝혀야지 아니면 쿨하게 그게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하겠지만
그게 나이기에 나는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니, 사실 직접적으로 안 밝히는 쪽을 택했다.
은근히 엄마와 아빠가 같은 집에 살지 않는다는 투로 말하며 상대방에게 돌려서 전달했고 알아서 알아차리기를 바랬다.
그리고 이제 상대방의 부모님을 만나기 하루 전에, 백화점에서 상대방 부모님을 위한 다과를 사러 가던 길에
나는 우리 부모님이 이혼했기 때문에 그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고
남자친구가 다행히, 그게 뭐 어떠냐 라는 말에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왜 울음이 나왔을까 생각해 보았을 때, 그동안 노심초사했던 걱정이 다행히 큰일이 아니었구나 라는 안도감과 그래도 남자친구 부모님은 다르게 보지 않을까 라는 걱정에
울음이 나왔던 거 같다.
나는 흔히 최악의 연애유형에서 말하는 회피형이다.
정말 피할 수 있으면, 끝까지 피하는 쪽을 선택하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타인에게 , 그리고 우리 가족들에게 무관심하려고 애쓰다 보니
정말 나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졌다.
그런 내가, 이제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 극도로 긴장하며 잠을 못 이룬다.
이혼가정과, 아직 각자의 부모님의 노후준비는 탄탄하지 못하며
어느 것 하나도 내가 낫다는 생각을 못하기에 한편으로는 결혼을 하고 싶지만, 결혼을 피하고 싶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