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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Jun 18. 2024

데닛의 12가지 생각도구 3

래퍼로트 규칙

어떤 주제로 논쟁을 하다 보면 이기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낄 때가 많다. 한국인들은 대개 논리적이기보다 감정적인 성향이 강하다. 게다가 그들은 집단주의(集團主義, Groupism) 문화에 익숙하며,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에 쉽사리 진영논리(, Partisanship)에 빠지는 오류를 저지른다. 논자들은 논쟁에서 지면 패배감을 느끼고, 이기면 승리감을 느낀다.


서구권의 논자들도 인간인 이상 이런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지만, 그들은 논쟁의 결과가 승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욱 문제화하고, 해결책을 더 현실적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만족을 한다. 필자는 한국의 유명 논객과 작은 문제로 논쟁을 벌인 적이 있는데,  그는 실제로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전문적 주제에 대한 논쟁>에서 선경험자의 정보를 경청하고 반박하기보다는 우선 이 논쟁에서 이기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한 적이 있다.


데닛이 세 번째로 이야기하는 생각도구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쟁/토론의 규칙이다. 논쟁에서 논자는 상대방의 약점, 손쉬운 공격목표를 먼저 발견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한 번에 무력하게 할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데닛이 보기에 "손쉬운 표적은 당면한 진짜 문제와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는 즐거움을 줄지는 몰라도 모두의 시간과 인내심을 낭비할 뿐이다."


그는 상대방을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성향을 치료하는 최고의 해독제로서 우크라이아 출신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이자 게임이론가인 아나톨 래퍼포트(Anatol Borisovich Rapoport, 1911-2007)가 발표한 규칙 목록을 소개한다.

비반적 논평을 잘하려면 이렇게 하라. 1. 상대방의 입장을 매우 명확하고 생생하고 공정하게 다시 표현하여 상대방이 "고맙습니다. 그렇게 표현하는 건 미처 생각 못 했네요."라고 말하게 한다. 2. 의견이 일치하는 지점을 모두 나열한다.(특히 일반적이거나 폭넓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일 경우). 3. 상대방에게서 배운 것을 모두 언급한다. 4. 이렇게 할 뒤에야, 반박하거나 비판할 자격이 생긴다.


데닛조차 이 규칙을 따르는 것은 힘겨운 투쟁이었다고 술회한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상대는 존경을 담은 경칭을 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 그런 상대를 삶고 데치면서 희열을 느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래퍼포트 규칙이 요구되고 효과를 내는 경우 그 결과는 무척 만족스럽다."


데닛은 <자유의지 문제>에 가장 전문적인 미국의 현대 철학자 로버트 케인(Robert Hilary Kane , 1938-2024)이 그에게 보낸 답장을 소개하며, 이 서신의 다음 문장을 잊을 수 없다고 다시 인용한다. "... 우리의 견해가 다르기는 하지만 선생의 글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선생께서는 제 견해를 어떤 비판자보다 폭넓게 또한 대체로 공정하게 다루셨습니다.... 제 견해를 자세히 다루어주신 것과 더불어 이 점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 장의 끝에 그는 이 규칙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반응에 실패한 경우, 시도한 사람들이 겪는 느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한다. "저자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하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이는 분노의 도끼를 꽂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임을 명심하라. 여러분도 그러길 바란다."


삶은 대화의 연속이다. 대화는 다른 입장들과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우리는 그 차이를 먼저 이해하고, 그런 다음 조정하고 협의하고 더 높은 단계의 차원으로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 부부의 대화나 아이들과의 대화 나아가 직장 선후배와 상사와의 대화, 정치적 신념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등에서 반드시 [래퍼포트 규칙]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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