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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이데올로기 4

소유자사회의 창안

by 박종규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역사에서의 불평등주의체체들, 2부는 노예제사회와 식민지사회, 3부는 20세기의 거대한 전환, 4부는 정치적 갈등의 차원들을 다시 사유하기로 큰 목차가 이루어진다. 일반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코 3부와 4부의 주제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1부의 1장과 3장 즉 삼원사회(삼기능적인 불평등)와 소유자사회의 창안을 정리하고, 3부의 10장 소유자사회의 위기로 건너뛸 것이다.


1-2부에서 피케티의 의도는 삼원사회의 불평등체제가 근대 이후 프랑스나 유럽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노예제사회나 식민사회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역사적 증거와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다. 소유자사회의 창안이란 장에서 그는 어떻게 이 삼원사회가 18세기와 19세기에 국가별로 서로 다른 리듬과 양상에 따라 점차 소유자사회로 전환되었는가를 살펴본다. 이는 마치 동아시아에서 정부주도적 경제 성장이 선도국 일본과 그를 이은 한국 그리고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에서 각각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를 연구하는 것과 유사하다.

저자는 프랑스 대혁명 전후를 봉건주의에서 소유주의로 전환이란 개념으로 접근한다. 1789-1790까지 프랑스에서는 부역(무보수노동을 수일간, 예컨대 영주의 토지에서 주당 하루 혹은 이틀 때로는 더 많은 날의 노역을 영주를 위해 해야 함)에 대해서, 또란 영주 부과조(제분기, 다리, 포도압착기, 화덕 따위의 지역시설을 영주가 독점하고 받는 사용료)에 대해서도 예외가 적용되었는데, 이 두 경우 원칙적으로 보상 없이 폐지시켜야만 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방침을 그대로 적용하는 위원회와 법원이 부역에서 계약 상의 기원을 찾아낼 수 있다고 판단하여 부역은 기본적으로 임대료 형태와 비슷했다고 간주되어 부역이 유지되거나 현금이나 현물로 지불되는 임대료 형식으로 변형되었다. 이 농노제는 수세기 전에 사라졌다고 여겨졌던 체계였지만 그 용어는 여전히 프랑스 농촌에 남아있었다. 이런 것들은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마땅히 폐지되어야 하지만 그 어떤 보상이나 매입 없이 부역을 무조건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혁명기 입법가들을 불안하게 했으며, 그들은 그것이 자칫 임대료 자체와 소유 전체를 문제화하는 것으로 연결될까 두려워했다.


프랑스혁명기에 소유에 관한 논쟁들은 부역과 부과조, 로와 권력 매입 문제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이 시기에 '특권' 폐지는 '역사적' 접근과 '언어적' 접근에 따라 차례차례 구상되었으며, 복잡하며 열정적인 논쟁들이 야기되었지만 소유 불평등과 개별 자산 보유의 규모 문제에 정녕 확고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접근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소유 불평등이라는 핵심 문제와 관련하여, 프랑스혁명의 실패는 명백하다.

이런 프랑스혁명의 경험은 우리가 뒤에서 재확인할 더 일반적인 교훈을 보여준다. 역사 변화는 단기간의 정치적, 사건적 논리와 장기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논리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념들의 변화하는 사건들, 사회적 투쟁들, 봉기들과 위기들의 불길 속에서 제도적 실행과 실천적 입증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 아무것도 아니다. 결국 프랑스혁명 당시 해결된 중심 문제는 정당한 소유 문제가 아니라 절대권력과 중앙집권문제였다. 그리고 혁명의 주요 목표는 지역 귀족 엘리트와 사제 엘리트의 절대권력을 중앙집권국가로 이전하는 것이었지, 소유의 광범위한 재분배를 조직하는 게 아니었다.


저자가 이런 역사적 경험에서 얻은 것은 바로 소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거대한 약점으로 말미암아 과거에서 이어진 소유권문제가 대체로 심각한 정당성 문제를 야기한다는 데 있다. 프랑스혁명과 더불어 부역이 임대료로 전환되었고, 프랑스 식민지와 영국 식민지에서의 노예제 및 그 폐지 문제에서 더 나아가 천연자원의 사적 약탈과 공산주의 몰락 이후의 사유화 문제로 나아간다. 그리고 최초의 전유들이 지닌 폭력적이고 부당한 기원에 대한 질문과는 별도로, 어마어마한 데다 지속적으로 세습되며 극히 독재적인 자산 불평등 문제가, 무엇보다 과거의 사회에서처럼 현대의 하이퍼자본주의사회(hyper-capitalism: 재화의 소유보다 임대, 렌트 등의 경험 사용 형식으로 소비가 변화된 자본주의 구조)에서도 영구적으로 재구성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1년을 통계로 본 한국의 GDP 대비 서비스업 비중은 62.4프로에 달한다.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교해 낮은 수치이나 국내 고용 수치로 본다면 70프로에 해당한다. 제조업과 더불어 각종 서비스업은 생산과 고용에 주요한 분야를 차지한다. 만약 우리가 제조업에서 직장을 구하지 않는다면 대체로 각종 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 가운데 유통 서비스업으로 고용과 소득 범위를 좁혀보자. 2000년대 초반까지 거리에서 문을 연 가게 중 하나는 제조품의 도소매업 일 것이다. 골목상권을 주도하는 소상공인들은 그나마 각종 도소매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위 대형마트들이 들어서면서 소규모의 소매업자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었다.


그다음이 더 문제이다. 24시간 편의점이 체인점으로 바뀌고,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중소상인의 소득은 더 감소하고 폐업하는 가게가 늘어났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이 등장하고 최저가 경쟁과 배송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플랫폼은 쿠팡과 네이버 쇼핑으로 한정되었다. 소위 말하는 이커머스로 유통이 변화하면서 이제 한국은 알리와 테무와 같은 중국 온라인 저가 상품몰의 공세로 위기를 맞고 있다. 젊은이들도 줄어든 형편에 소규모 제조업은 공장자동화 설비와 외국 노동자에게 생산과 노동을 맡기게 되고, 도소매 유통업 혹은 여타의 서비스업은 다국적 자본이 지배하는 몇 개의 업체만 살아남는 험난한 생태계로 변화하고 만 것이다.

한국의 온라인유통의 최대 점유 회사인 쿠팡의 지배구조를 살펴보자. 쿠팡의 지배구조는 미국 본사인 쿠팡 Inc가 한국지사인 쿠팡 주식회사를 100% 소유하고 있으며., 쿠팡 Inc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다. 쿠팡 Inc의 주요 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김범수 이사회 의장, 모건스탠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계 미국인 김 의장은 국내법인 지분은 없고, 쿠팡 Inc 주식만 보유하고 있으며,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쿠팡에서 일하는 택배기사의 참혹한 노동 현실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김의장과 쿠팡 택배기사의 하루 노동시간과 그것에 비례하는 소득 분배를 비교해 보면, 중세의 영주와 농노와는 비교가 안 되는 불평등한 소득 분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2월 14일 쿠팡의 나스닥 주가 현황은 25.34 USD이다. 2024년 11월 김범석 의장 보유 지분은 1억 7480만 2990주로, 전체 주식 수량의 9.77%로 추정된다. 그는 2024년 11월 11일 1500만 주를 매각하였다. 한화로 5000억 원 수준의 주식을 매도한 그는 200만 주를 자선기부(면세혜택이 주어짐) 나머지는 세금을 내는 재정적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냥 어림짐작으로 그가 이번에 얻은 소득은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몇천억에 해당하니, 그것을 일 년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그의 노동가치는 한국 돈으로 몇십억대 규모로 가름된다. 이런 대비는 다른 다국적 대기업의 대주주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면 먼저 상위의 부자에게 간 부가 흘러내려 전 국민에게 서서히 분배된다는 소위 <낙수효과>를 주장하는 자본주의 경제학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과연 이런 하이퍼자본주의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대한 피케티의 대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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