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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이데올로기 6

공산주의사회와 포스트공산주의사회

by 박종규

공산주의는 20세기 초에, 특히 소비에트적 형태에서, 소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가장 정면으로 반대하는 이데올로기이다. 소유주의는 사적소유에 대한 절대적 보호가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조화로 귀착되리라는 것을 단언하는 데 비해, 소비에트 공산주의는 사적소유 전면폐지와 이를 완전한 국유화로 대체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사적소유 철폐의 나라였던 러시아는 이후에, 해외에 있는-조세피난처의 불투명한 구조에 숨겨둔-부의 새로운 과두지배자들(올리가르흐: 소비에트 연방 국가에서 국유기업의 민영화 등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신흥 재벌 집단)의 세계적 선두에 서게 된다.


그 후 러시아의 반구미적 정책에 대한 서방국가의 제제는 바로 이런 올리가르흐들의 은익된 자산을 찾아내어서 동결시키는 것도 포함한다. 중국은 유능한 혼합경제 형태를 개발하는 데 실패한 소련과 서구를 참조함으로써 포스트마오이즘의 기치 아래 잃었던 기반을 만회할 수 있었다. 소련은 정치를 먼저 개혁하고 경제를 개방함으로써 혼란에 빠졌으나, 중국은 경제를 개방하고 정치는 기존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주변의 유교문명권의 국가들이 선택했던 관주도적 고도성장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중국체제가 제시한 답변들은 사적소유가 초래한 불평등을 실효적으로 규제하기에 별로 적합하지 않은 불투명함과 중앙집권에 기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토지는 50년 주기로 재임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는 원천적으로 토지에 대한 사적소유를 제한하면서 동시에 건물이나 아파트에 대한 임의적 사적소유를 허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리고 시장경제에서 볼 수 없는 특정 분야의 기업(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AI 등)들에 대한 중앙정부의 집중적 지원은 중국에서 일종의 공산주의적 계획경제의 일부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외적으로 1950년대에 소련은 국제적 수준에서 상당한 도덕적 명성을 누린다. 이 명성은 나치에 맞서 거둔 승리뿐만 아니라 국제공산주의운동을 통해 식민주의와 인종주의에 명확하고도 급진적으로 반대하는 정치-이데올로기적인 유일한 힘을 소련이 차지하고 지도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된다. 그러나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러시아의 도덕적 우위라는 요소는 거의 완벽하게 사라졌다. 탈식민운동은 종료되었고, 미국에서는 흑인에 대한 시민권이 확대되었으며. 인종과 인민의 평등 및 반인종주의적 가치들은 이제 포스트식민적인 사민주의사회로 변모한 자본주의국가들 내에서 합의되어 공통적 사회 이데올로기를 형성하였다.


저자는 페미니즘의 경우도 함께 분석한다. 전업주부의 존재를 사회적 성과로 간주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자본주의 나라에서 한창이던 1950-1980년 사이에, 공산주의체제는 특히 노동 현장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위한 전투의 최전선에 있었고, 탁아소와 공공 보유 복지, 그리고 피임과 가족계획을 지지했다. 1960-70년대에 소련과 동유럽의 의회에는 여성 의원들의 의석이 30-40%를 차지했다. 이 시기 서유럽과 미국에서는 5%로 이하였다. 그러나 1970년에서 1990년까지 영국 총선을 보수당의 승리로 이끈 마가렛 대처 총리에 이어서 21세기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힐러리 클린턴 미국무장관과 같은 여성 지도자들이 상징적으로 세계 정치의 일선에 등장하면서, 구미의 나라들은 페미니즘의 대의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피게티는 소련 공산체제의 붕괴로 말미암은 교훈과 더불어 자본주의 내의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소유의 문제 혹은 소유 이데올로기를 다시 반성적으로 고찰하면 미래 사회를 위한 일종의 대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길은 누진적 소유세, 보편적 자원지원, 주주와 노동자의 의결권 분유를 통해 자산 보유의 과도한 집중을 저지하면서도, 합리적 규모의 사적소유가 받쳐주는 탈중앙집중적인 이니셔티브들에 기초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누진적 소유세는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주택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생각하면 된다. 이 누진세의 특징은 1) 가격이 비싼 주택이나 토지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2) 종부세는 주로 상위 1-2%의 고가 자산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1 가구 1 주택인 소유자의 강남 지역 아파트가 단 기일에 10억에서 30억으로 뛰었을 때, 일정한 보유 기간을 넘어서서 매도차익에 대한 감세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경우 지방의 5억짜리 아파트가 10억으로 인상되었을 경우에 지역 차이에 대한 누진세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서울에 사는 사람과 지방에 사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유 자산의 화폐가치는 더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쉽게 논의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다시 저자의 논점으로 돌아가자. 피케티는 러시아를 예로 들어 공산주의사회와 포스트공산주의사회를 이렇게 비유한다. '작은 도둑들의 사회(과거 소련)에 비교하자면 포스트공산주의체제(현재 러시아)에서는 공공자산 대약탈과 과두지배가 무대에 등장한 셈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포스트공산주의체제의 러시아에서는 상속세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소득세는 존재하지만 완전히 비율적이어서 세율은 2001년 이후로 소득이 1000 루블이든 1000억 루블이든 13% 뿐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포스트공산주의체제의 중국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인가?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점만 집어보고 넘어가자.


경제개혁이 개시된 1978년 중국에서 공적 자본 부분은 국민자본의 70%에 육박했고, 그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하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국민자본의 30% 선에서 안정된다. 중국에서 사적 소유의 점진적 사유화과정은 2005-6년 이후 중단되었다. 중국의 경우 사적소유가 전체 소유의 70%를 차지하기에 중국은 더 이상 공산주의가 아니다. 하지만 공적소유가 항상 전체의 30%를 상회하면서 동시에 경제적으로 매우 실질적이고 안정되었기 때문에 완전하게 자본주의도 아니다. 과거 구미에서 혼합경제가구조가 공적인 부의 마이너스 상태로 간 것에 비해 중국은 이 구조 안에서도 안정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미래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중국의 경우 문제는 중국의 소득세 관련 상세 데이터들이 전혀 공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중국은 불평등의 불투명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 역시 상속세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상속에 관한 데이터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유 집중에 관한 연구가 훨씬 까다로워진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선언한 중국 공산당이 시도하는 이런 역설적 현상이 언제 어디에서 심화되고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나타날지는 아마 비밀의 데이터를 가진 중국 내부의 소수 권력층에서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대응에 실패하면 세계화된 하이퍼자분주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른다. 우리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선진자본주의 국가이는 포스트공산주의 국가이든 간에 우리 경제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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