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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병법과 현대 경영 전략 1

창조적 혁신을 위한 고대와 현대의 전략서 읽기

by 박종규

『논어』의 [위정편, 爲政篇: 정치와 통치를 다루는 편]에 나오는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흔히 인용되는 문장이다.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된 하이퍼 자본주의 혹은 글로벌 경제 시대에서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가 간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이미 무한 경쟁 시대에 경제-문화 생태계는 초 강대국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에 생산지와 공급망을 가진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이 경영 전략을 다시 짜야만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경영은 흔히 어떤 조직의 운영이나 집행에 관한 것으로 쓰이지만, 넓은 의미로는 국가 경영과 가정 경영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에서는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언어이기도 하다. 경영학과 교수들의 견해에 의하면 원래 경영학과에서는 주로 인사/조직과 생산/운영관리, 마케팅과 재무/회계 분야를 주로 배우고 연구하였지만 최근에는 경영정보학이나 경영전략론이란 분야가 더 핵심적인 분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경영전략론(Strategic Management)은 이제 사업의 영역을 넘어서 국가나 기업 그리고 가정의 생존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소규모 집단에서 대규모 집단까지 모든 집단의 리더들(아버지 혹은 어머니, 사장, 회장, 수상 혹은 대통령)의 리더십 역시 어떤 경영전략가 혹은 참모, 멘토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가 책임진 조직의 미래가 결정된다. 한자문화권에서 가장 많이 응용되는 고대의 전략은 [손자병법, 孫子兵法]이다. 그리고 이 책은 글로벌 기업의 CEO나 특히 실리콘 밸리의 기업가들에게도 필독서가 되었다. 이미 손자병법을 실제 경영전략으로 사용한 많은 기업의 성공 사례에 대한 연구는 많이 알려져 있다. 아마 인터넷으로 손자병법의 현대적 적용 사례를 검색하면 중국 지도부의 정치 사례에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등의 혁신가들이 활동하는 IT기업의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데이터가 떠 오를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합종연행(合從連橫)을 연상시키는 패턴이 2025년에 들어서 트럼프 집권 후 국제 질서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합종(合從)이란 당시의 강대국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조, 연, 제, 위, 한, 초 6개국이 남북으로 세로 연합을 맺는 전략을 가리키고, 연횡(連橫)은 진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가로로 나란히 개별적인 동맹을 맺어, 합종의 약점을 파고들어 연합을 깨뜨리는 전략을 말한다. 진시황은 제자백가(諸子百家: 춘추전국시대에 나타난 수많은 학자들과 학파) 중에 법가(法家) 사상가인 순자(荀子)의 제자인 한비자(韓非子)와 함께 동문수학한 이사(李斯)란 책사(策士: 군주를 도와 통치 제도와 전쟁이나 외교의 전략을 만들고, 새로운 나라를 창업하거나 기존의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거나 통일 제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사람)를 만나서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다.

중국의 역사에 이런 관계는 그 전과 그 후에도 빈번히 등장하는 데 대표적 예가 주무왕과 강태공, 오나라 왕 합려와 손자, 한고조와 장량, 한무제와 동중서, 조조와 사마의, 유비와 제갈량, 명태조와 유기, 당태종과 방현령, 두여회, 칭기즈칸과 야율초재 그리고 강희제나 모택동 시대에는 분야별로 유능한 참모진의 조언을 받아서 국가를 통치하였다. 이런 참모진의 기능은 마치 현대의 관료정치(bureaucracy)에서 등장하는 싱크탱크(think tank) 혹은 정책연구소(政策硏究所, policy institute)의 역할과 같다. 미국의 해리티지 재단(중도우파 정책 연구소)과 브루킹스 연구소(중도좌파 정책 연구소), 독일의 아데나워 재단(중도우파 정책 연구소), 일본의 노무라종합연구소(경영 컨설팅 연구소)가 대표적인 기관이다.


수많은 사례들을 일일이 검토하기엔 개인의 역량으로서는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들은 AI가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 아직까지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반복 연습하여 효율적인 답을 내어놓는 단순한 보조원의 기능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석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료를 검색하고 정리하는 수준만 기대해야지, 거기에서 주제와 연관된 일관된 논리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쉽게 AI의 답을 믿으면 오류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중요한 문제, 예를 들어 건강이나 법률과 같은 문제는 반드시 그 분야의 전문가(의사나 변호사)와 상의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병법 혹은 통치술의 가장 오래된 모델은 강태공의 이름으로 후대에 편집된 병법서인 [육도 삼략 六韜 三略]이다. 이 책에서 [육도]는 중국 상고 시대에 주문왕과 주무왕을 도와서 은나라(상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을 물리치고 새롭게 주나라를 세운 강태공( 姜太公) 즉 태공망(太公望)으로 불리는 강여상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삼략]은 진나라 말기에 황석공이 태공망의 병법을 한고조 유방의 책사 장량에게 전수해 준 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 역시 고대의 고전들 다수가 그러하듯이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저자로 사용하였지만 실제로는 여러 시대의 여러 사람이 편집한 책으로 보인다.


저자가 실제로 누구인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통치술과 전략술의 기초적인 알고리즘을 알아보려면 우선 [육도 삼략]부터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 후에 손자병법이나 공명병법을 혹은 7가지 중국의 대표적인 병법서를 엮은 [무경칠서]를 분석하여 현대에 적용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사실 중국의 고대 병법을 현대 기업이나 경영 전략으로 응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선 [육도 삼략]과 현대 경영전략 분야의 필독서가 된 하버드대 석좌교수인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이란 책에서 제시된 원칙과 패턴을 비교하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다.

앞으로 어떤 주제가 나올지는 필자도 잘 모른다. 그러나 이미 주어진 문서 정보와 진보된 검색엔진의 정보 그리고 통합적 직관력과 합리적 추론을 동원하여 이 작업을 시도하려 한다. 하늘 아래 새것이 없다지만, 옛것을 다시 참조하여 이 시대에 맞게 그것을 새롭게 해석, 적용함으로써 <창조적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를 바라며 다음 편의 에세이를 준비한다.


[육도 삼략]의 첫째 편은 문도(文韜: 정치 중 군주와 신하의 관계)로 시작하며, [경쟁전략]의 1부는 일반적 분석 기법이다. 그리고 이런 비교는 단순한 학술적 대비가 아니라 현대 국가의 정치, 산업, 기업, 가정의 생존 전략에 이런 비교나 분석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 주제로 폭넓게 파고든 책이나 논문이 거의 없기에 이 작업은 느리고 신중하게 진행될 것을 독자들은 이해해 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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