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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IA Sep 29. 2022

밥 값의 무게

킬로그램 당 오만구천 과라니 입니다

모든 사람의 밥 값이 다르다! 손님이 밥 값을 셀프로 매길 수 있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한국엔 없는 생경한 시스템에 어리둥절했다. 

뷔페 형태로 음식을 깔아놓고, 손님이 원하는 만큼 담은 후 그 무게를 재서 계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게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모든 종류의 음식을 일괄로 킬로그램 당 59000과라니(원화 약 12,000원)를 받고 판다. 손님은 자신이 담은 음식의 무게만큼 계산한다.


그래서 카운터에는 저울이 있다. 커다란 저울은 킬로그램 당 음식 가격을 표시한다. 

우리 가게에서는 밥값을 무게로 재서 계산한다.

현지 식당에 가보면 모든 음식의 무게 당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어 있지만, 우리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일괄로 고기, 생선, 야채 할 것 없이 균일가로 받고 있다. 고기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골고루 담는 손님들을 고려했을 때 야채 부분에서 손해를 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효율성 면에서도 이 점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이 같은 음식가격 책정은 문제가 많다. 그래서 개인적인 판단으로도 선진국 및 한국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듯 하다. 


아무튼, 현지에서는 일명 '뷔페 뽈 킬로', 킬로그램 당 음식 가격을 받는 뷔페 식당이 아직까지는 성업 중이다.


웃지 못할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무게를 의식한 나머지 양념을 탈탈 털어내거나, 오랜시간 정성을 들여 갈비의 살코기만 발라 가지고 온다던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해물 메뉴는 내놓음과 동시에 새우만 필터링 된다. 


매일 매일 밥 값이 달라지는 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손님들의 밥 값은 일정하다. 특히 점심은 더 그렇다. 팍팍해진 일상 속 점심 예산은 매우 타이트하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다. 


밥 값에서 일상이 보이고, 밥 값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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