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참 좋아하려고 애써도 좋아하기 힘든 존재이다. 이유없이 차갑게 굴고, 굽히는 자세로 나오면 바로 얕보고 깔아뭉개려 드는 그런 사람을 직장에서 마주 대해야 한다는 것은 힘들다. 좋은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존재가 나에게는 항상 더 컸다. 나도 저 사람이 그러듯이 똑같이 행동해줄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소심하고 나약한 나에게는 그게 잘 안 된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게 나는 힘이 든다. 너무 많은 에너지가 쓰이고 나는 그 사람을 위해 그렇게나 내 인생을 쏟아붓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여동생을 제외한 다른 누군가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의지해본 적이 없다. 여동생과 나는 서로의 어두운 면을 어느정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여동생은 둘 다 성격이 무르고 다른 사람의 사랑이나 인정을 갈구하는 유형이다. 쉽게 마음을 주고 쉽게 상처받는다. 나는 언젠가부터 뒷걸음질 칠 준비를 하고 상대방을 대하게 되는 것 같다. 너무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딴에는 열심히 노력한다. 그래봤자 상처받겠지만.
작은 것에도 쉽게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는 건 힘이 든다. 마음도 근육처럼 단련이 가능한 게 맞는 걸까. 명상도 해보고 마음 의지할 곳을 찾아 종교의 세계도 기웃거려 보고 있으나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고. 어쩌면 나는 평생 이렇게 외롭고 괴롭게 살아갈 것 같다는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힌다. 잘하는 일은 없고 이제 좋아하는 일도 모르겠는 나는 녹다운 상태. 지치고 지쳐서 사실 그냥 누워서 쉬고 싶다. 아무 생각도 아무 감정도 없는 존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