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이승(不戰而勝)에 대한 생각

손자병법

by 동욱

손무가 살던 시대는 죽이지 않으면 죽는 시대였고, 손자병법은 그 시대에서 승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그런데 손자병법의 해설들은 하나같이
부전이승(不戰而勝)을 도덕 교과서처럼 설명한다.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해결하라."

이건 평화로운 시대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잘못된 해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법서는 도덕책이 아니다.
피 튀기는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지혜가 압축된 기술서다.

내 생각에 부전이승은 '평화'가 아니라 '사냥'이다.

​'싸움'은 서로 적의를 드러내고 공격을 주고 받는 행위다. 이기더라도 손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사냥'은 다르다.
사냥꾼은 호랑이에게 "널 죽이겠다"고 소리치며 달려들지 않는다.

숨소리를 죽이고, 자신의 냄새를 지우며, 아무것도 아닌 척 위장한다.

​상대가 나를 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상대가 안심하고 방심한 그 찰나에
미리 설계해 둔 덫으로 유인해 일방적으로 제압하는 것.

이것이 병법이 말하는 진짜 가르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손자병법에는 자신을 감추라는 가르침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병자궤도야 (兵者 詭道也)
전쟁은 속이는 것이다.

능이시지불능 (能而示之不能)
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여라

장어구지지하(善守者 藏於九地之下)
적이 알아차릴 수 없이 깊게 숨어서 승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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