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동양 문명을 관습에 지배되어 더 이상 진보하지 못하는 사회로 보았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밀에게 진보란 '끊임없이 과거를 넘어서야 하는 기록 세우기'인데
난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 진보가 '인류가 도달해야 할 가장 좋은 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어느 지점에 이르러 더 이상 크게 바뀔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멈춤은 퇴보가 아니라 '완성'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밀은 관습을 개인의 개성을 억누르는 장치로 보았지만, 동양 사상에서 관습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관습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남겨진 '공동체가 축적해 온 지혜의 결과'이다.
동양 사회가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도 단순히 혁신할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나친 변화가 오히려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선택일 수 있지 않을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란 것과 같다.
그런 점에서 동양의 정지는 완전히 멈춘 상태라기보다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려는 균형의 상태, 중도를 지키려는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서양은 오랫동안 더 많이, 더 빠르게 나아가는 것을 발전의 정의로 규정해왔다.
그들에게 정지는 퇴보처럼 보였고, 균형은 활력을 잃은 상태처럼 보인 것이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양이 동양에 개입한 역사는 미개한 문명을 근대로 이끈 구원이라기 보다
자신들의 기준으로 질서를 흔들어 놓은 폭정에 가깝다.
'발전'이라는 핑계로 서양은 동양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정신적 안정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그 자리에 끝없는 경쟁과 변화를 강요하는 사회로 탈선시킨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