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 있는 무명인이다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줄 이 누군가

by 지금

누군가의 입에서 내 이름이 불린다는 것은

아무리 가혹한 어려움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도록 한다.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없다는 것은

세상을 향한 욕망의 불빛이 하나씩 꺼져가는 좁고 긴 복도를 걷는 것과 같다.


이름을 가린 두텁고 무거운 천이 걷히고 누군가의 입에서 이름이 불리기를 바라는 것은

세상을 향한 작은 문 하나쯤은 열어두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이문 저문 기웃거리고

이입 저 입의 눈치를 살피는 까닭이다.


누군가의 입 끝에 내 이름이 걸려있기를 꿈꾸면서.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줄 이 누군가


나는 분명 이름이 있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그 누구도 내 이름을 읽을 줄 모른다.


내 이름 앞에만 서면

누구든 문맹인이 된다.


아무리 크고 진하게 써 놓고

목청껏 소리쳐도 그 누구의 눈에 들지 않고 귀에 닿지 않는다.


몇 시간씩 기다린다는

작고 허름한 음식점 간판보다 초라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원고 뭉치 앞장에 큼지막한 이름을 적어 보여도

이름을 읽을 수 없다며 퇴짜다.


읽어주고 불러줄 이 없는 이름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아 홀로 허공에 나부끼는 이름


이름 없는 삶

세상을 향한 욕망의 문들이 하나둘 소리 없이 닫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오늘도 이름을 쓴다.

내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줄 누군가의 자비를 기대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정말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