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다
역경이 지혜롭게 한다는데
고통이 더 강하게 만든다는데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는데
별을 보기 위해서는 어둠이 필요하다는데
세상의 소음이 길을 가로막지 못한다는데
그 누구도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없다는데
슬픔도 고통도 시간의 흐름 속으로 흘러간다는데
…
어찌 아픔은 가시지 않고 어둠은 지속되는지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일 분명히 있다.
안팎으로 있다.
그것도 널렸다.
탄탄하고 생기 있던 몸 이곳저곳에 길고 짧은 무늬가 새겨지고 검고 붉었던 건강한 색은 희뿌옇게 바래고, 어쩔 수 없다.
역마살로 쉴 틈 없던 손발에 귀찮음과 게으름이 덕지덕지 붙어 익숙한 공간만 탐하고 가지가지 구실로 여기저기 들쑤시던 오지랖은 어느새 말라비틀어지고, 어쩔 수 없다.
이러쿵저러쿵 무관심한 사람들이 내리는 어지럽고 복잡한 무성의한 평가에 상처받고 이 눈에 벗어날까 저 눈에 어긋날까 이 눈치 엿보고 저 눈치 살피고, 어쩔 수 없다.
이일 저 일에 대한 이 문서 저 문서 속 자잘한 흔적들이 엮어놓은 볼품없는 모습과 이 사람 저 사람이 꾀고 있는 지울 수 없는 숱한 치부와 허물이 들쑤시는 수치스러움, 어쩔 수 없다.
머무는 시선도 찾는 발길도 뚝 끊긴 지 오래 “나도 왕년에”를 뇌까리며 강가 벤치에 앉아 말없이 흐르는 물만 멍하니 바라보며 한숨짓는 일, 어쩔 수 없다.
타인의 구설과 세간의 평가에 깎이고 마모되어 내면에는 수많은 홈이 파이고 말았으나
이것이 나의 실체라면 어쩔 수 없다.
언제나 그렇듯
수많은 인파 속 나의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