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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는
사회적 기능분배다

자리만 탐하지 말고 그 역할을 기억해라

by 지금

자리와 자리는 씨줄과 날줄로 연결된다.

자리는 위아래가 아니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서로에게 의지한다.


자리는 단순히 서열이나 권위를 나타내는 게 아니다.

자리는 사회적 기능분배다.

자리의 본질은 서열이 아닌, 특정한 기능을 나누어 맡은 분업 체계이다.


기능에 우열은 없다.

어떤 기능이든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의 가치는 같다.

모든 역할은 전체 시스템을 완성하는 퍼즐 조각과 같아서 조각의 크기가 다르더라도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자리는 서로 얽히고 서로 의존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하나의 자리가 망가지면 나머지 자리는 흩어지고 의미도 사라진다.

서열이 아니라 수평적인 협력과 전문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모든 자리는 소중하다.

호통에 삿대질은 기본이고 거들먹거림과 오만방자함이 주어진 자리는 없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되는 하찮은 자리가 없는 이유이다.


***


고개를 빳빳이 치켜세우고 앉아야 할 자리는 없다.

오만방자함을 떠받치는 자리도 없다.

만약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곧 자리를 잘못 찾은 것이다.




자리만 탐하지 말고 그 역할을 기억해라


여기저기서 목에 핏대 세우는 오만함을 본다.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자리에 앉아서

자신이 무슨 커다란 능력이라도 있는 존재인 양

턱을 치켜세우고 거들먹거리는 허세를 본다.


자신의 능력이 아닌 타인의 힘으로 앉은자리를

무슨 자신의 능력으로 쟁취한 양

뻣뻣하게 고개에 힘주는 교만함을 본다.


자신의 순수한 노력이나 피와 땀이 배지 않은 자리를

마치 자신의 피땀으로 이룬 자리인 양

목에 핏대를 세우며 누군가를 몰아세우는 파렴치를 본다.


자신의 자리가 자신의 성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가 무슨 자신의 비범한 재능과 뛰어난 능력의 결과인 양 착각하고

자리를 점점 높이며 모두를 발아래로 내려다보는 안하무인을 본다.


타인의 희생으로 놓인 징검다리를 딛고 건너온 주제에

자신이 걸어온 길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오직 타인이 만들어 놓은 자리에서 눈높이만 높아진 거만함을 본다.


고개는 곧추서서 위만 향하고

자신을 그 자리에 올려준 수많은 이들은 망각의 저편으로 밀어내고

분수를 모른 채 잘난 체하는 건방짐을 본다.


진정한 능력은 높아진 자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이르는 정직한 과정과 타인에 대한 깊은 겸손에서 비롯됨을 모른 채

그저 자기가 최고라는 생각에 빠진 오만함을 본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얻은 자리를

진정 누군가를 위한 자리로 만들지 못하고,

그저 허울 좋은 껍데기처럼 쓰고 다니는 허세를 본다.


잘못이라고 사과하라고 그만두라고…이런 호통은

자기의 멱살을 잡고 자신에게 삿대질로 소리쳐야 마땅함을 모른 채

누군가를 향한 당당한 지적질에 후안무치의 뻔뻔함을 본다.


제 능력이 아닌 타인이 엮어준 줄을 타고 올라앉은자리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사람을 만든다는 잔잔한 가르침도 모른 채

타인을 억압하고 지배하려는 폭력성을 본다.


공동체를 망가뜨리는 건 자리의 가치를 모르는 자들의 오만이고

그 행태는 두고두고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


이들을 볼 때마다,

머지않아 다가올 몰락의 징조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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