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언덕이었던 할머니 할아버지 없이 시작된 서울살이.
탈도 많았지만 우여곡절 지나 그럴듯한 벌이, 뭐 잘 쳐준다면야 그럴듯한 연애.
그토록 원한 것이 평범이었는데 가진 것보다는 잃을 것에 두려워 공허한 30대의 나.
살면서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꾸준함인 것 같다.
남들과 다름없이 힘겹게 일어나 출근을 하고, 밥을 먹고, 또 퇴근을 하고 가끔 운동도 하지만 이 일상 속에서 사실 가슴이 뛰는 일은 찾기 힘들다.
정작 하고 싶은,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것들은 상상 속에서만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게 그런 것이 무언지 누군가 물어봐준다면 글을 아주 잘 쓰거나 수영을 아주 잘한다거나 영어를 잘하는 것.
세계 여행도 꿈꾸지만 그것보다는 충분히 할 수 있으나 하지 못하고 있는 사소한 것들이 소소한 설렘이고 바람인 것 같다.
해가 바뀔 때마다 이런 다짐과 바람들을 끊임없이 계획이라고 내놓는 걸 보면 소소한 것일수록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것에 , 지속적인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통찰하게 된다.
끝이 정해지지 않은 모호함 속에서 나름대로 자신만의 목적을 갖은 꾸준한 시도들이 미래의 남은 인생의 길을 정해줄 거라 믿으면서도 참을성 없는 내겐 가장 어려운 일이다.
즐겁지만은 않은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가슴 떨리는 순간이라던가 너무 웃어서 볼이 아프고 배가 아픈 순간이라던가 나이를 먹을수록 마주하기 쉽지 않다. 정말 간혹 배 아프도록 웃고 나면 문득 ' 내가 언제 이렇게 웃어봤더라?' 하고 생각하곤 울적해지기도 한다.
첫 출근 날이나 첫 데이트나 첫 해외여행 이미 처음으로 해본 경험에 대비해 첫 번째 경험이 아니기에 처음만큼 설레지도, 웃기지도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익숙함에 속아서랄까?
실상은 예민한 성격 탓에 헤어 스타일도 10년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이 평범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낀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올해에도 나는 또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