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노르웨이
월킹 앤 홀리데이 working and Holiday
노르웨이는 우리가 월킹 앤 홀리데이 working and Holiday를 보내기로 결정한 세 번째 국가이다. 만 서른까지만 신청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이 아닌 국제학교 교사로서 일하면서 방학마다 홀리데이를 보낸다는 의미이다. 나는 왜 이십 대 였을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다른 나라를 가지 않았을까. 지나간 하소연이다. 그나마 석사를 마친 2005년 이십 대 후반에 입사한 한국 소재의 국제학교 덕에 나는 국제학교 미술 교사 타이틀을 얻었다. 대부분의 국제학교 교사들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교사들이지만 간혹 영어로 잘 소통할 수 있는 유럽인이나 동양인도 있다. 나의 짝꿍님은 뉴질랜드인이고 나는 토종 한국인이다. 15년간 국제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짝꿍님은 초등학교 담임교사에서 교감으로 그리고 현재는 10년째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나의 행복기
우리는 2005년 한국 소재의 국제학교에서 만났으며, 우리가 막상 데이트도 하고 사랑에 빠졌을 때 나는 짝꿍님과 나이차가 꽤 있다는 것을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나이 차이 외에 여러 가지 이유로 나의 가족(친정)으로부터 결혼을 환영받지는 못했다. 세계 어디에서나 그리고 그때도 역시나 특히 한국에서는 고학벌, 백인 선호주의가 있던 때라 더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십 대 후반 성인으로써, 뉴질랜드 바닷가 앞에서 서로의 동의하에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때 생긴 비용은 폴란드에서 일 년 반 동안 둘이서 번 월급을 모아 처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혼식 비용은 당연히 우리가 냈으며 그것은 분명 자랑스러웠고, 그 후로 폴란드 월급 통장이 다시 0으로 돌아간 것에 대한 후회를 절대 하지는 않았다. 우리 둘은 여행을 좋아하고, 모닝커피를 사랑하며, 독서를 하지만 금요일마다 술도 즐길 줄 알며, 서로에 대한 적당히 거리를 두며, 각자 좋아하는 것(스포츠 관람과 미술관 관람)을 존중해 주는 좋은 짝이다. 같이 지낸 첫 4년은 내 인생 최고의 행복기 였다. 물론 그 뒤의 11년간의 잔잔한 행복도 행복기의 연장선이다.
노르웨이
미국에서의 짧은 공부를 마무리하고 한국에 왔을 때나 대학 친구들과 한 달간 떠난 유럽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도 아쉬움이 컸다. 점찍듯이 유명한 곳만 다녔던 그 여행이 싫었다. 그래서 나는 해외 한 곳에서 일하면서 5년 이상 살기를 희망했다. 2006년에 드디어 유럽의 국제교사로서 첫발을 내 디딨었다.
노르웨이로 이직하기 전 우리는 폴란드에 9년,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에서 5년을 거주하며 국제학교 교사 커플로 지냈으며, 긴 기간만큼 가족은 2인 가족에서 4인 가족으로 커졌다. 두 아이들 모두 초등학생이지만 한 명은 막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 다른 한 명은 내년에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우리 부부의 장점만 쏙 빼닮은 아이들은 우리의 기쁨이며 때론 즐거운 추억이다. 아이들은 둘 다 폴란드 국립병원에서 태어나 아제르바이잔 유년기 생활을 보내고, 현재는 학교 생활은 물론 노르웨이의 아웃도어 라이프에 푹 빠져 살고 있다.
노르웨이 첫해는 무거운 세금으로 적자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적당한 교육비, 자유롭고 무료인 아웃도어 라이프가 우리의 월킹 앤 홀리데이 라이프를 조금씩 연장해주고 있다.
우리 집은 언덕에 있어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숲과 연결된 골목에 위치하여 매일 사슴, 새, 다람쥐 등이 출몰하는 곳이다. 우리는 마치 노르웨이 산속 어느 캐빈에서 매일 머물면서 월킹 앤 홀리데이를 보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는 한다. 작년 코로나 여파로 우리는 취업비자로 노르웨이에 어렵게 들어왔지만, 25000 인구의 작은 마을이라, 한 번의 락다운을 제외하고 지금껏 평온하게 보내고 있다. 특히나 다행인 것은 재택근무를 하는 부모들을 위하여 대부분의 노르웨이의 초등학교가 일 년 내내 휴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단 코로나 바이러스 생겼던 반은 2주 휴교).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규제까지 풀리고 백신을 맞는 추세라 큰 아이는 스카우트에서 일주일 캠핑도 떠났다.
여름에는 곳곳에 널려있는 산딸기와 블루베리 등을 따서 케이크를 만들고 스무디를 만들며, 가을에는 꾀꼬리버섯을 딸 수 있으며, 겨울에는 맛있고 달콤한 베리 대신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을 밤 같은 오후부터 맞이한다. 사실 노르웨이 겨울은 영하 15도 이하로 엄청나게 춥지만, 스키가 유명한 동네만큼 예쁘게 쌓인 눈과 쏟아지는 별 때문에 노르웨이 겨울이 나름 참 좋다. 하지만 긴 겨울 후에도 5월 말이 되도록 영하 날씨가 쉽게 올라가지 않으니, 노르웨이의 추운 봄인 4-5월에 살짝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내일은 또 우리 가족에게 어떤 재미있는 일이 생길까 기대해 본다.
*워킹홀리데이 working holiday의 발음이 워킹=걷다 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어 우리나라에서 서른살까지 지원해서 떠나는 워킹홀리데이 와 내가 실현중인 월킹 앤 홀리데이 working and holiday 로 구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