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노르웨이로 가는 길

지금은 노르웨이

by 파란선

2020년 7월 2일, 우리는 마치 비밀리 떠나는 피난민 혹은 첩보원 같았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코로나19로 한창 심각해진 유럽 전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우리는 2020년 1월에 확정된 노르웨이 이직에 대한 들뜬마음은 펼쳐보지도 못한 채, 3월 2주간의 긴 노브루즈 Novruz 춘분절의 휴가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몇백만 원에 이르는 남아공행 비행기 값이며 숙박료는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한숨과 결정의 거듭을 반복하고는 우리는 3월 휴가 때부터 노르웨이로 떠나는 학기 마지막 주인 6월 중순까지 처음 시도해 보는 온라인 수업을 하며 버텼다. 우리 집 아이들도 각자 온라인 수업을 하는 데다가, 교사인 우리 부부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컴퓨터 앞에서 떠들고 컴퓨터를 두들겨야 했다.


5월 말에는 이삿짐이 모두 해외이사팀 트럭에 실려 노르웨이로 향했으며, 1-2주 후에 떠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한 달 후에서야 노르웨이로 향할 수 있었다.


3월 춘분절에 2주 휴가를 우리와 같이 이미 예약하고 포기하지 않고, 떠난 교사 가족들도 굉장히 많았는데, 국경이 닫힌이유로 모두 그곳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일 년을 다른 나라 혹은 본인 고국에서 긴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낸 후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5년간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는 온라인 미팅에서 굿바이를 해야만 했다.

우리는 영국의 유명 B 오일회사에서 설립한 사립학교에 고용된 교사로서 그 회사의 혜택을 많이 받았었다. 그중에 제일 큰 혜택은 모든 국경이 폐쇄되었을 때 영국으로 가는 국적기를 띄워준 일이었다. 3월 이후로 국경이 막혀 비행기도 뜨지 않다가, 6월부터 2주에 한 번씩 영국 런던으로 비행기가 한 번씩 뜨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취업비자를 소지한 비유럽 국민의 입국 허락이 난 후에서야 우리는 7월 2일 런던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새벽 6시에 회사에서 차가 도착했고, 마스크로 무장을 한 후 비행기 탑승 수속을 오일 직원들과 한 후 AZ 국적기에 탑승 그리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주비행사 옷과 같은 유니폼으로 무장한 승무원이 배고픈 우리에게 음식을 주었다. 5시간 후 런던에 무사히 도착하였으며, 다행스럽게도 회사에서 예약해 준 유일하게 오픈한 공항 호텔에 택시를 타고 이동하여 그쪽에서 넣어준 석식과 조식을 호텔방에서 먹고 다음날 덴마크 코펜하겐을 거쳐 노르웨이 오슬로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노르웨이에 도착하였다.

코펜하겐에서 오슬로로 오는 동안 승무원은 마스크로 무장한 채 앉아서, 해외에서 입국하는 승객들에게 물 한 모금도 허락하지 않았다.

짧지만 긴 여정이었던 피난길 아니 이삿길은 참으로 험난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점심이 지나 도착하였는데, 장맛비가 엄청나게 퍼붓고 있었다. 도착한 오슬로 공항에는 코펜하겐과 달리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었고, 면세점도 오픈했으며, 일반 승객들도 어느 정도 있었다. 우습게도 공항에서도 공항 밖에서도 마스크는 우리만 쓰고 있었다. 미리 예약해둔 택시기사님이 마스크 안 쓰시고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하여 주셨다. 우리 집과 직장이 있는 콩스버그로 2시간여 달려갔고, 열쇠를 찾아 열고 집 안에 들어서니 우리는 그제야 안도했다.



우리가 진짜로 노르웨이에 도착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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