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함께할 수 없다. 번아웃
열심히 일을 하면 찾아오는 번아웃은 어찌 보면 회사생활의 친구와도 같다.
당신이 요령이 없어서가 아니다.
당신이 일을 못해서가 아니다.
열심히만 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오래된 연인에게 찾아오는 권태감처럼, 번아웃이 찾아오는 날도 있는 것이다.
이유야 많겠지만, 때로는 없기도 하다.
평소처럼 일을 하기만 해도 언젠가 찾아오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이유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이유보다 중요한 것은 번아웃인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는 내가 번아웃인 상태를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때론 자신에게 너무 야박하다.
"나만 힘든 거 아니잖아."
"다들 이러고 살아."
"여태까지 잘만 살아왔는데 그냥 요즘은 체력이 부족한가 봐."
남에게는 쉬이 하지 못할 말을 나 자신에게는 마음껏 해대고, 때론 다그치기까지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번아웃을 판단하는 것 또한 나 자신이어야 한다.
지금 회복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쉬어야 한다.
내가 정한 번아웃의 기준은 '잠'이다.
너무 지치면 집에 귀가하자마자 바닥에 누워 잠을 잔다.
두세 시간 정도 잠을 자면 잠에서 깨어 허기진 배를 채운다.
그리곤 다시 내일의 준비를 하기 위해 씻고, 다시 잠을 잘 준비를 한다.
물론 핸드폰을 뒤적거리는 시간 2시간 정도도 포함한다.
당연히 평소보다는 조금 더 늦게 잠이 들게 되는데, 그래도 평소보다는 더 많은 잠을 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음 날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나는 나 스스로의 상태를 번아웃으로 규정한다.
각자마다 번아웃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지쳤다면 쉬어야 한다.
단지 그뿐이다.
그렇다면 번아웃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번아웃은 수시로 나를 찾아와 괴롭히기 때문에 영원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피곤하고 지칠 때마다 썼던 전략을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한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1. 루틴 만들기
루틴을 만들어서 좋은 점은 아무 생각 없이 이를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냥 몸이 기억하는 대로 하면 된다.
출근하는 날의 아침은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밀려오는 잠을 물리쳐야 하며, 겨우 몸을 움직여 준비를 해야 한다.
단정한 몸가짐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 시간이 필요한데, 나는 잠이 많기 때문에 정말 쉽지가 않다.
번아웃인 상태에서는 잠에 대한 갈망이 크기 때문에 더욱이 어렵다.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을 역순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다.
출근 준비를 예시로 들어보기로 하자.
목표: 집에서 8시에 출발하기
이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은 아래와 같다.
7:50 AM 머리 손질
7:40 AM 환복
7:30 AM 세수, 양치
7:20 AM 일어나서 물 한 모금 및 영양제 챙겨 먹기
7:00 AM 첫 번째 기상 알림, 이후 5분 간격으로 알람 세팅
12:00 AM 7시간 숙면을 위한 취침 시작
11:00 PM 핸드폰 만지작 거리는 시간
10:00 PM 늦어도 이 시간에는 샤워를 해야 함
9:00 PM 늦어도 이 시간에는 모든 식사를 마쳐야 함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7시간 이상의 숙면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한 루틴을 만들었다.
내 몸은 아무 고민 없이 이를 실행하고, 출근길에 오른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2. 몸을 움직이기
잘 쉬기 위해서는 잘 활동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방 안 침대에서만 누워있다가는 몸만 회복하고 정신은 번아웃인 그대로 고뇌에 빠지는 결과를 낳은 적이 있다.
그 결과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다시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새벽에 잠들곤 했다.
그렇다. 어느 정도는 에너지를 소모해야 다시 회복을 위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지쳐서 쉬고 싶지만, 제대로 쉬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지친 상태의 몸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집에서 나의 공간은 두 공간으로 나뉜다.
쉬는 공간: 침대, 옷장 등이 있다.
활동 공간: 테이블이 있다.
주말 아침에 아무리 미적거리며 기상시간이 늦어져도, 한 번 일어나 몸을 움직이면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활동 공간에서 보낸다.
취미생활을 하건 밥을 먹건 모든 일을 활동 공간에 앉아서 있는 것이다.
중간에 낮잠이 필요하면 다시 쉬는 공간에 가서 누워있긴 하지만, 쉬다 보면 영화나 드라마가 보고 싶어지고, 이를 꼭 활동 공간에서 한다.
쉬는 공간 (침대)에서 영상물을 보면 허리가 아프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도 않다.
이때의 단점은 하나다.
활동 공간에는 밥을 먹고 간식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입이 쉬질 않는다.
이는 체중 및 혈당 증가와 역류성식도염을 야기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식후에 나가 산책이라도 조금 하고 온다.
어느 정도의 에너지 소모는 단잠을 부른다.
하지만 일로 인한 에너지 소모보다 기분이 훨씬 덜 나쁘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3. 나만을 위한 시간 가지기
이는 흔히 말하는 취미생활, 스트레스 해소 방법 등을 포함한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회사에서의 삶과 나의 개인의 삶을 분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면 좋다.
오전 9시부터 6시까지는 회사에 집중하되, 그 외의 시간은 열심히 나의 인생을 사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삶이 퇴근 후에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힘든 회사 생활도 버텨낼 수 있다.
나만을 위한 시간은 짧아도 자주 가지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된다.
나의 취미 생활 (이 상황에서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많다.
여행, 뜨개질, 그림, 글쓰기, 음악, 공연, 영상 시청이라고 해보자.
이 취미 생활은 접근성과 빈도수로 나눌 수 있다.
나의 취미 생활 분류표
1. 낮은 접근성, 높은 빈도수: 영상 시청, 음악, 뜨개질, 글쓰기
2. 높은 접근성, 낮은 빈도수: 그림, 여행, 공연
1번의 활동은 당장의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으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매일같이 할 수 있는 일이다.
2번의 활동은 시간과 비용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큰 힘이 되어주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다.
이를 적절히 배치하면 1년의 스케줄은 금방 채워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운 내 세상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회사에서의 삶과 나만의 삶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곧 회사에서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다 보면 크게 느껴졌던 일이 별일 아니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번아웃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생각하고 평소에도 고민해 보면 좋겠다.
회사야 관두면 그만이지만, 내 인생을 관둘 수는 없다. 그러니 더욱 소중히 해야 할 내 인생에 대해 고찰하자.
나에게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