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 자기 전에 얘기 들어줄래?
내가 최근에는 어땠는지 궁금하지?
잠들기 전에 내 얘기 듣는 거 좋아했잖아.
오늘은 편하게 할머니랑 대화하던 것처럼 말할게.
어느 순간부터 꿈에도 잘 안 나오던데
거기는 어때? 즐겁게 뛰어다니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지내려나? 궁금하다.
꿈에 안 나오면 오히려 좋은 거래,
그렇게 믿고 있으려고.
작년에 결혼하고 나서 하고 싶었던 공부를 도전했거든.
시험도 한 번에 합격해서 내가 못할 줄 알았던 분야도
충분히 잘 해낸다는 사실에 꽤 한동안 기쁨에 잠겼었어.
나보고 오히려 공부하는 법도
알려달라고 해서 자신감도 생겼어, 나 대단하지?
할머니가 들으면 “누구 손녀인데~당연하지.”
라고 말할 것 같아서 상상이 간다.
그리고 나 요리도 잘 못했잖아.
반찬 몇 가지.. 만들 줄만 알았지.
이제는 요리도 꽤 연습하고 있어.
남편이 먹고서는 빈말이 아니라 엄청난 맛이래.
할머니한테도 그렇게 좀 잘 만들어줬으면
얼마나 좋아하고 놀랬을지.. 그게 아쉽다.
내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먹기만 했지,
제대로 해준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내가 요리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건 누군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큰 선물인 것 같아.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그가 밖에서 고생한 만큼
집에서라도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먹이고 싶은 마음.
사실 장 보는 것부터 재료 손질,
어떤 메뉴를 해줄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고민하는 것까지 모두 상대방을 떠올리는 시간이잖아.
할머니도 내가 없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나를 떠올리고 있었을까.
내 앞에서 요리해 줘서 고맙다 말하며,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이 따뜻하게 만들어지는 일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기쁨이더라고.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항상 맛있는 음식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웠어.
누가 그랬지,
사랑은 귀찮음을 이겨내는 만큼이라고.
내일은 또 어떤 일을 해볼까
내일은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예전보다 그런 것들을 기대하게 되는 요즘이야.
하루하루가 반복이고 귀찮기만 했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다가오는 내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무엇을 꿈꿀 수 있다는 사실에 다행이더라.
안 해본 것들을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배워가고
내가 좋아하니까 계속하게 돼.
그러면서 더 잘해지는 나 자신이 좋아져.
내일 하루도 알차게 열심히 살아볼게.
밥도 잘 챙겨 먹고, 잠도 잘 자고.
왠지 그냥 오늘따라
떠들고 싶은 날이더라고.
잘 자,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