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야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나를 잘 안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31살, 그리 많지도 어리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나이.
그간 살아오면서 흔히들 말하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주위에서도 내가 말을 조리 있게 잘하고,
센스 있으며 본인 의견을 피력할 줄 아는 사람이라 말을 해주는 것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어쩜 그렇게 취향이 확실해? “
“가만 보면 지행이는 참 센스 있게 말을 잘해!”
“어딜 가서도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그래서 그런지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자,
더욱 나는 스스로를 그렇다고 믿었고
나 자신을 어딘가에 묶어두고 살아왔다.
그리고, 점점 더 나를 잃어갔었다.
나는 사실 머리로는 내가 뭘 원하고
뭘 하고 싶은지 안다. 그래서 그것들을
입 밖으로 꺼내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눈치가 빨랐고,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게 습관화 됐다.
그래서 내 머리에 있던 생각들과
상대방들이 무얼 원하는지가 적당히 섞인 채,
분위기에 맞춰 듣기 좋은 말들을 내뱉었다.
“나는 이걸 원하긴 하는데, 상대방은 여기서
이렇게 말해주기를 원하겠지?”
스스로를 2순위로 두고, 가둬놓은 채
나 자신과 일방적인 타협을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으로는 내가 뭘 원하는지 몰랐다.
늘 밖에서는 밝고 말 잘하는 사람,
안에서는 답답하고 짜증이 많은 사람.
가족들과의 갈등이 잦아지기 시작한 무렵,
그리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제대로 된 나를 마주하게 되며 나는 깨달았다.
나는 내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이렇게 살면서 진짜 내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해본 적이 손에 꼽혔다는 걸.
나는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몰랐던 내 감정들에 대해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느끼는 대로
입 밖으로 표현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 방금은 내가 속상했어,
앞으로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내 의견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았어.”
“나는 혼자서 커피를 마시고
글 쓰는 시간을 가질 때, 정말 행복해.”
오랜 시간을 모르고 외면한 채,
가둬놨던 내 감정을 하나씩 알아가며
나에 대해서 진짜 알아가기로 했다.
이건 누군가들에 맞춰진 내가 아닌,
상황에 맞춰서 살아왔던
스스로를 곪게 만들었던
나를 위한 선물 같은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