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감정표현을 하는 피노키오

좋은 감정, 나쁜 감정 둘 다 나야.

by 지행


난 지난날들의 나를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다.

솔직하지 못했던 내가 밉고 짜증 나고

후회스러운 건 사실이나, 많이 서툴렀고 힘들었기에

이제라도 있는 그대로의 날 인정하려고 한다.


과거의 나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과

나로 인해 상처받았을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마음,

그리고 조금 더 제대로 나를 알아보고 싶어졌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는 물론이고

분위기 및 상황, 상대방의 눈치를 너무 보는 나는

조금 더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기로 한다.


나는 피노키오의 코를 가지진 않았지만,

늘 내 마음과 반대되는 표현을 입 밖으로 꺼낸다.

내 안에서의 소용돌이는 계속 치고 있었다.

바뀌고 싶고, 늘 다른 이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나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내 감정을 알아채리고 말하는 것을

하나 둘 걸음마 배우듯 연마해 보게 되었다.


“지금 당신의 기분은 어때?”


라고 물어올 때, 나는 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다가 기분 나쁜 일이든 속상한 일이든

있는 그대로 말을 해줘야 상대방이 알게 되고,

오히려 당시에는 듣는 상대방 기분이 안 좋더라도

길게 봤을 때 솔직히 서로에게 말해주는 것이

관계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하던 남편.


“지금 나는 이런 상황이 불편해서 피하고 싶어.”

“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 잠깐 필요해,

나중에 괜찮아질 때 같이 해도 될까?”


이 말 한마디가 나한테는 굉장히 큰 용기였다.

사실 말하고 나서 늘 내가 솔직하게 거절을

해버리면 나를 싫어할까 겁이 났었다.

나와 관계가 악화될까 봐 두려워서 반대로 말했다.

안 괜찮은데도 괜찮다고..


그런데 저렇게 말하고 나니 남편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언제든 될 때 말해줘.”

라고 말하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말하는데 기분이 어땠어?”

“그냥 당신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줘서 좋았어.

속마음을 말하지 않고 있던 것보다

느끼는 감정 그대로 말해주니 이해가 갔거든.”


내가 불안해하던 거절하는 상황에 대한

공격성이나 트라우마는 전혀 생기지 않았다.


그냥 말하면 되는 거였다.

과거의 일들은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가면 됐다.

솔직히 말하는 내 의견을 무시하고, 공격하던

사람과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같을 순 없었던 건데

나는 왜 그렇게 눈치를 보고 걱정하며

내 감정을 표현 못했던 건지.



어떤 감정이든 간에

그걸 느끼고 있는 나를 받아들였어야 했다.

좋은 감정, 나쁜 감정.

그 자체가 모두 나였다는 걸 부정했던 나는

요새는 달라지려고 하는 중이다.


그랬더니, 말하기 전까지는 불안했던 마음이

막상 눈 딱 감고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은 상황들이 많았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고

어느 순간에는 아무렇지 않게 내 마음을

말하고 있는 나 자신이 보여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다.


이렇게 쉬웠던 건데, 항상 다른 사람 먼저 생각하고

그저 나만 참으면 관계가 유지될 거라 믿고

그러다가 폭발해 버리면 상처가 되었던 과거들을

떠올리고 나니 후회가 됐지만 사실, 그랬던 일들이

있었기에 수없이 변하고 싶었고 일어나고 싶었던

나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와준 남편의 덕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 깨달으려고 노력을 했던

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나는 나와 닮은 사람들이 내가 느꼈던

감정변화의 이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세상에는 우리가 걱정하는

일들은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적고.


나를 싫어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를 좋아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도 있다.


내가 내 마음을 표현 못하면

누가 나를 받아들여주고 사랑해 줄까?

나부터가 나를 표현하도록 도와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