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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iinterest Jul 22. 2024

천선란으로 시작해서 천선란으로 끝난 하루

덕력뿜뿜

24.07.18(목)

병원에 갔다. 접수하는 종이에 이름을 적으려고 보니 위쪽에 낯익은 세 글자가 보였다. 천선란, 간호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짜 천선란 작가님이에요?"


"네, VIP실에서 진료받고 가셨어요."


얼굴을 직접 본 것도 아닌데 같은 병원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걸까? 그렇게 오늘 일기에 꼭 써야지 생각하고 잠시 뒤 꿈에서 깼다.


그렇다. 필명으로 병원에 간 것부터가 말도 안 됐다. 그리고 VIP 환자가 무슨 접수 용지에 이름을 적고 간호사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말해주겠냐 말이다. 그렇게 꿈에서 깨는 순간 웃음이 피식 나면서 또 한 번 생각했다. 오늘 일기에 꼭 써야지.


하루의 시작이 작가님이어서 그런지 기분이 꽤 좋은 하루였다. 그리고 오늘은 첫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는 날이었다. 글쓰기의 주제는 "25살 이후에 만난 사람 중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이었다.

문장을 보자마자 작가님이 떠올랐지만 너무 속 보이는 것 같아서 좀 더 생각을 해봤다. 25살 이후에 만난 사람은 아니지만 나의 25살 이후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바로 지후였다. 7살에 만나서 어느덧 34살이 된 우리지만 내가 알던 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재의 모습이기에 어쩌면 이 질문에 가장 적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모임으로 향했다.


첫 모임이지만 익숙한 얼굴이 두 명이 있는 모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했다. 사람이 많아서 두 그룹으로 나눠서 모임이 진행됐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후 1시간 동안 글을 쓰고 다시 쓴 글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었다. 준비한 데로 지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신기해하는 표정이었지만 뿌듯하게 이야기를 마쳤다. 이제는 글 쓰는 시간, 같은 이야기로 글을 써도 괜찮고 다른 이야기로 글을 써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래서 바로 주제를 바꿨다. 미안하다, 지후야. 글의 주제는 역시나 "천선란"으로 바꿨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책을 쓴다면 그 책은 이거다. "아무튼, 천선란."


글의 일부분은 이렇다.


"찬란한 슬픔."


그 순간 나에게 찾아온 찬란한 슬픔이 나의 삶을 바꿔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찬란한 빛으로 나의 삶의 길을 밝혀 줄,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순간. 나의 시간이 흐르는 순간. 그렇게 나의 시간은 흐르기 시작했다. 콜리를 만나서, 은혜를 만나서, 연재를 만나서, 보경을 만나서 그리고 이 모든 세상을 만들어 준 천선란 작가님을 만나서 찬란했다.


글을 써 내려가는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아직은 글 쓰는 재주가 없기에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 부족하지만 언젠가 조금씩 쌓인 글들로 이 책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순간,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되었다. 그렇게 모임이 끝날 때까지 아니 집에 가면서 헤어지는 순간까지 천선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다들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천 개의 파랑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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