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의 전시회를 보러 갔었다. 단순히 그림을 가르쳐주신 분이 아닌, 내가 가장 힘들 때 다시 나를 꿈꾸게 해 주신 은인이라 선생님의 작품은 꼭 하나 집에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미루지 않고 내 마음에 쏙 들어온 작품을 골라 집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내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나도 화가들의 그림값이 비싸다고 생각했었다. 단순히 재료값과 작품에 들인 시간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된 후에는 오히려 작품값이 너무 저렴하게 느껴져서, 이번에도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겨우 이 비용을 지불하고 작품을 가져도 되나 싶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일단 그리기 전부터 머릿속에서 수십수백 장의 그림을 그려본다. 왜냐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어울리는 소재를 통해 이미지화하여 캔버스에 효과적으로 나타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구상을 한 후에는 이제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색들과의 씨름이 시작된다. 덧칠과 수정하기를 여러 번 거듭하여 결국은 고뇌와 희열이 엉겨 붙은 애정 어린 작품이 하나 탄생한다. 그래서 작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감이 칠해진 캔버스 하나를 사는 것이 아닌 것이다. 또한 컬렉터의 입장에서도 그림의 값을 단순히 액수로만 보았을 때에는 다른 물건을 구입할 때보다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므로 선뜻 구입하기 어렵다. 그래서 컬렉터 역시 그 작품이나 작가에게 작품값 이상의 애정을 느꼈을 때에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작품을 오랜 시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이 보인다. 거장의 작품이든 무명 화가의 작품이든 작품 속에는 작가의 고뇌와 애정, 망설임의 시간들이 보인다. 캔버스 위 물감들을 뚫고 나오는 작가의 영혼이 느껴질 때 우리는 그 작품에서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림을 산다는 것은 아마도 마음을 내어주고 영혼 한 조각을 간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