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다이어트. 이 세상의 수 많은 사람들이 1월 1일에 세워보는 계획. 연말까지 사람들이 별로 없던 헬스장도 1월 첫째 주엔 올해는 뭔가 바꿔 보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간헐적 단식이니 황제 다이어트니 키토 다이어트니 저탄고지 다이어트니 (아 이게 황제 다이어트인가...) 뭐 어쨌든 요즘은 이런 저런 프로그램도 여기 저기에 우후 죽순 처음 있을 뿐더러 보조 식품, 한약 뭐 이런 거도 있고, 이제는 당뇨약인 GLP1까지 다이어트 시장에 뛰어 들어 정말 엄청나게 많은 옵션들이 있다. 사실 뭐 어떤 방식이든 간에 어쨌든 제대로 실천해 본 적이 있고 그게 효과를 발휘했으니 저렇게 트렌드가 되어 알려지는 거겠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다이어트를 몇 번 성공해 봤다. 아, 실제로 성공한 건 두번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2004년과 2018년의 경험을 토대로 알게 된 다이어트의 성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시간이었다. 시간이 많아야 다이어트는 성공한다. 2004년엔 내가 160파운드에서 140파운드로 2달 만에 20파운드 (약 9.5킬로?)를 뺐었다. 당시에 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졸업하고 마지막 학기를 영국 브라이튼 근교에 있는 서섹스 대학교에서 하게 되었다. 그 때 당시만 해도 몸무게가 계속 불어서 160이 된 것이었기 때문에 정말 살을 빼고 싶었고 (지금은 최고점은 190을 넘고 200엔 못미치는 까딱까딱) 여름학기는 다이어트의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미 필요한 학점은 다 채웠고 졸업식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성적도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 내가 의전을 갈 줄 알았으면 여름 학기에도 조금 더 열심히 했겠지만 그 때는 그냥 졸업하는 게 제일 중요했으니). 거기다가 수업을 두 여름학기 동안 두 개 들었는데 한 번에 하나씩 4주동안 듣는 것이었고 클래스는 화요일 목요일 오전에만 있어서 놀고 먹기 참 좋은 세팅이었다.
내가 2004년에 주로 썼던 전략은 운동이었다. 지금 뒤돌아서 생각해 보면 운동만 해서는 절대 살을 뺄 수는 없지만 그 때는 하루에 운동을 매일 2번 했었다. 보통 아침에는 트레드밀과 웨이트를 1시간 이상 했고 오후나 저녁에는 여름학기를 온 세계 각지의 친구들과 축구를 하든지, 아니면 같은 캘리포니아 주립대 시스템에서 나온 애들과 농구를 하든지. 그거도 1시간 이상씩을 하니까 먹는 칼로리보다 소비하는 칼로리가 훨씬 높았다. 내가 일부러 그렇게 하진 않았지만 우리 나라같이 (미국과 다르게) 1인분의 양이 대부분 작았고, 가난한 학생이다 보니 끼니마다 먹어도 양을 많이 못 먹게 된 거도 한 몫 했다. 처음에 한 2-3주 정도는 빠지네 마네 조바심나게 하더니 일단 가속이 붙으니까 살이 쫙 빠지더라. 내 기억에는 그 몸무게가 다시 160정도 되는데 한 3년 정도 걸렸던 거 같다 (결혼할 때 한 170정도였던 거 같음. 2011년에).
내가 2번째 살을 제대로 뺀 건 2018년이었다. 이 때는 내가 뉴욕에서 마취과 레지던시 마지막 해였는데 그 해 겨울에 원인 모를 이유로 많이 아팠고 그렇게 검진을 받았더니 이런 저런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대로 가면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의사인 것과 상관 없이 웬지 약을 극혐하는 나는 그건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18년 다이어트는 운동도 했지만 먹는 거에 더 신경을 많이 쓴 거 같다. 탄산 음료도 끊고 디저트도 줄이고. 딱히 저탄고지 같은 걸 하지는 않았지만 먹는 양을 줄인 건 확실했다. 그 결과 그 해 3월에 192정도로 시작한 몸무게는 졸업하던 6월에 174로 최고점을 찍었다. 물론 스물스물 올라가는 몸무게에 다시 190을 넘게 되었지만.
내가 2018년부터는 같은 체중계를 써서 내가 그 때부터 했던 다이어트와 요요에 대한 기록이 잘 남아있는데 간단히 보면 다이어트를 멈추고 다시 내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돌아가니 평균적으로 1달에 1파운드가 찌더라. 사실 아주 천천히 찌는 거지. 하지만 결국 내 최고점인 190대로 올라오더라. 그럼 또 빼는 걸 반복하고 요요가 반복되고. 아직 200은 찍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내가 사실 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한 데는 두가지 일이 있었다. 첫번째는 10월 학회였다. 나는 살이 찌기 시작하면 직장 특성상 병원에서는 스크럽을 입고 밖에서는 추리닝만 입는 걸 반복했는데 학회에서 그렇게 입고 다닐 수는 없잖아. 그나마 서서 왔다 갔다 하고 강의에 잠깐 앉아 있고 그런 건 괜찮았다. 문제는 거기서 어떻게 온라인으로 알게 된 한국인 마취과 전문의를 만나서 식사를 하기로 한 거. 어쩌다 보니 10코스 요리 레스토랑 (필라델피아에 있는 Friday Saturday Sunday)을 가게 되었다. 근데 코스가 계속 되면 될 수록 배가 너무 불편해서 밥을 못 먹을 정도가 된 것. 진짜 2018년에 샀던 정장 바지가 정말 터지려고 하는데 이건 안되겠다 싶었다.
두번째는 작년 12월 말에 있었던 일이었다. 나도 몸무게나 건강에 관해서 심각한 현실 도피가 있어서 일단 살이 좀 쪘다고 생각하면 몸무게를 그냥 안 재기 시작한다. 근데 그 날은 우리 둘째 검진을 하러 가는 날이었는데 아기 몸무게를 재려고 하니 나나 와이프 중에 하나가 들고 올라가야 하는데 마침 내가 아이를 들고 있었던거. 그 상황에서 난 몸무게 못잰다라고 차마 할 수가 없어서 몸무게를 쟀더니 195-6이 나오는 것이었다. 아뿔싸. 올 게 왔구나. 비록 옷과 신발일 신고 재기는 했지만 이게 아무리 해도 2파운드 이상이 나갈 거 같진 않았다. 이제 시간이 되었구나...
그래서 1월 1일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사실 지금이 2월 중순이니 어느 정도 경과가 있지만 지금부터 이야기 하면 재미없으니 다음 시간에 쓰기로 한다. 나도 이게 현재 진행형이라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를 이야기를 이렇게 쓰는 게 좀 두렵긴 하지만 난 이번에는 더 확신이 있고 (이 이야기도 다음 시간에) 뭔가 나를 더 채찍질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원래는 1년 계획에 1달에 한 번씩, 월기로 쓸 계획이었지만,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김에 이런 저런 다른 이야기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게 다 끝나고 글을 몰아쓰기엔 주 50시간 일하는 내가 딱히 시간을 낼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가기로 한다.
1월 1일 시작: 195-6 파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