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사진 속의 시간

잊히지 않는 기억의 기술에 대하여

by 시노

휴대폰 앨범을 넘기다, 문득 손이 멈춘다.
웃는 얼굴 하나. 배경의 간판 하나. 그날의 빛이 너무 또렷해서 오히려 현재가 흔들린다.
사진은 시간을 ‘저장’한다기보다, 시간을 ‘불러오는 버튼’에 가깝다.

누르는 순간, 지금의 마음으로 과거가 다시 렌더링 된다.


사진이 인간의 기억 방식을 바꾼 건 생각보다 최근의 일이다. 19세기 초, 다게레오타입이 등장하면서 사람의 얼굴은 처음으로 대량 복제 가능한 “이미지”가 됐다.

그전까지 초상화는 부와 권력의 전유물에 가까웠지만, 사진은 기억을 민주화했다.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자 남겨야 하는 이유도 늘어났다. 가족 앨범이 생기고, 증명사진이 생기고, “기록”이 개인의 일상이 됐다.


그런데 사진은 객관의 언어처럼 보이면서도, 본질적으로 선택의 예술이다. 프레임은 포함과 배제의 장치다.

그래서 역사는 사진을 사랑했고, 권력도 사진을 사랑했다. 전쟁 사진 한 장이 여론을 움직이고, 한 장의 아이콘이 시대를 규정한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상징하는 도로시아 랭의 사진이 대표적이다. ‘가난’을 보여줬고, 동시에 ‘가난을 어떻게 보게 할지’를 결정했다.

사진은 기록이면서 편집이다.


이 지점에서 “검열”은 불이 아니라 프레임으로 온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시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일상의 틈에서 흩어진 마음의 결을 조용히 길어 올립니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오래 머무는 여백을 건네고 싶습니다.

2,09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