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이 느슨해지는 순간에 대하여
커피는 사람을 깨운다.
차는 사람을 기다리게 한다.
그렇다면 술은 무엇을 하는가.
술은 사람을 풀어놓는다.
조금 더 말이 많아지고,
조금 더 표정이 느슨해지고,
조금 더 숨겨둔 생각이 밖으로 나온다.
문명이 이성 위에 세워졌다면,
이성이 잠시 느슨해지는 순간은 문명의 균열일까,
아니면 또 다른 작동 방식일까.
인류의 술은 우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허난성 자후 유적에서는 기원전 7000년경의 발효 음료 흔적이 발견되었다.
쌀·꿀·과일이 섞인 혼합 발효물로 분석된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기원전 4천 년경 이미 맥주가 일상적으로 소비되었고,
수메르 점토판에는 맥주 배급 기록이 남아 있다.
고대 이집트 노동자들이 맥주를 지급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술은 처음부터 사치품이 아니었다.
저장과 발효는 농경 사회의 기술이었고,
그 기술은 곡물을 다른 형태로 변환했다.
발효는 단순히 취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인간은 일찍부터 의식을 변화시키는 상태를 경험했고,
그 경험을 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술은 종종 신과 연결되었다.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로마의 바쿠스,
북유럽 신화의 미드,
동아시아 제례의 술.
술은 의례의 일부였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상징하는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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